<피.땀.눈물> /<발신번호 표시제한>

by 스타맨

<피.땀.눈물>


땀이 비오듯 흘렀다.‘80분’의 시간을 꽉 채워서야 나는 런닝 머신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삼십도가 훌쩍 넘는 날씨.싱글 침대와 중고로 산 오래된 책상,작은 런닝머신이 다인 여덟평 짜리 작은 세트같은 공간은 덥고 습한 공기로 꽉 찼다.하지만 한방울의 땀이라도 더 흘려야 1그람의 지방이라도 더 빠져나갈 수 있단 생각에 에어컨 따윈 틀지 않았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좁은 욕실 안에서 찐득한 땀이 배인 티셔츠를 벗고보니 가느다란 팔뚝뼈가 만져졌다.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쉰 나는 유투브로 ‘00할 때 듣기 좋은 노래’ 따윌 틀고 샤워를 했다.


‘ 내 피 땀 눈물 내 차가운 숨을 다 가져가

내 몸 마음 영혼도 너의 것인 걸 잘 알고 있어

이건 나를 벌받게 할 주문 ’


나는 벌이라도 받고 있는걸까.



<발신번호 표시제한>


지이이잉 ~ 책상 위에 둔 휴대폰이 울렸다.

‘ 발신번호 표시제한’


나는 신경질적으로 전화기를 침대위로 던져버렸다.‘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선명한 정체성임을 모르는 멍청한 발신자.바로 아빠다.


6년 전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기다렸다는 듯 집을 나왔다.그럴줄 알았지만 한동안 연락없던 아빤 돈이 필요하다며 전화를 했다.‘뭐라도 해서 먹고 살라’고 다그치는 나에게 ‘뭐라도 해서 먹고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아빠는 내 인생의 지긋지긋한 도돌이표다.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시작된건가.지이잉 지이이잉.지이이이잉.이 소리를 듣고있자니 지루함과 불안,권태와 공포같은 극단의 감정이 뒤섞였다. 나는 불에 데기라도 한 듯 전화기를 얼른 집어들어 수신차단 버튼을 누르고는 전원을 아예 꺼버렸다.그리고 침입자가 들어오기 직전 찾아낸 회심의 무기라도 되는 듯, 침대밑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냈다.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빼곡이 채워둔 수십가지 종류는 족히 될 과자 더미가 맨질맨질 저마다의 도도하고 황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 속에서 난 신중하게 하나를 선택했다.


‘칙-촉’.


새까맣고 앙증맞은 초콜렛이 죄책감처럼 박혀있는 과자를 한 입 베어물자 입안으로 달달한 풍미가 확 퍼졌다.잠시 망설이던 나는 천천히 과자를 씹었다.삼키기 직전까지 오래 오래.

금새 입 안에서 곤죽이 된 과자를 티슈에 뱉어버린 나는 경건한 의식이라도 치른 듯 다시 비밀스럽게 상자를 닫아 침대 밑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다.흘깃,휴대폰을 보고 잠들어있는 기계의 쓸모없음,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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