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리셋>

by 스타맨

<햄버거>

햄버거 10개를 샀다.들키면 안될 전리품이라도 되는 듯 묵직한 봉투를 들고,거의 뛰다시피 집엘 들어왔다.맥도날드 문을 나설 때,A의 시선이 수십개의 화살촉이 되어 뒤통수에 콕콕 쳐박히는 것 같았다.A가 나를 신경쓴다는게 신경쓰였다.


집에 들어온 나는 방바닥에 앉아 햄버거 10개의 포장을 미리 다 뜯었다.그리고 침대위에 덮여있던 얇은 여름 이불을 끄집어내린 후 뒤집어썼다.무슨 맛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잘씹지도 않았다.그저,땀을 뻘뻘 흘리며 꾸역꾸역 햄버걸 목구멍 안으로 밀어넣었다.다섯개째 햄버거가 위를 넘치게 채운 후 식도 역류를 일으킬 때쯤에야 기이한 안도감이 들었고,그렇게 한바탕 폭식 잔치를 벌인 나는 수치심과 자기혐오가 밀려오기 직전에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시작했다.


우웨엑 .웩.웩.



<리셋>


리-셋.(reset)

다시 시작하면 된다. 구토하느라 힘을 다 뺀 나는 겔포스 한 포를 먹고, 이불을 구석으로 밀어버린채 비스듬히 침대에 기대 눈을 감았다.입안으로 시큼한 위산이 침과 함께 섞였다.그 때,불현듯 희미한 목소리가 마치 고질적인 이명처럼 들려왔다.


"너 정신병원 가봐야되는 거 아니야?"

그 애였다.엄마가 돌아가시기 1년 전인 스물둘에 잠시 어울렸던 썸남 C.

C는 대학 동기였다.C는 좋아하는 영화 얘길 하면서 가까워지긴 했지만 사실 난 그에게 대체로 무심했다.전날 먹은 컵라면의 짠기가 덜빠진 듯한 눈두덩이에 파묻힌 눈빛을 읽기 힘들었고,퀭한 얼굴로 게임하느라 잠을 설친다는 따위의 얘기를 할 때면 눈을 질끈 감아버릴 정도로 신경이 거슬리곤 했다.그 앤 ‘넌 아이돌 000 닮았어’ 이 따위 소리를 하다 내가 살찌지 않기 위해 토를 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연락을 끊었다.

‘야,너 정신병원 가야되는 거 아니야?’‘누가 먹고 토하는 여잘 좋아하니.’‘솔직히 모태마름이 아닌 건 진작에 눈치챘었지만 ..’이런 쓰레기같은 말들을 남기고 달아나버린거다.


처음엔 토하고 나서 눈물자국을 제대로 숨기지 못한 나를 자책했지만,어차피 그 앤 내 몸을 계속 평가했을 거고,나는 계속 평가절하됐을 터였다.

그 후로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을 더욱더,극도로 꺼렸다.

나는 그후로 연애를 기피했다.사실 연애같은 것에 ‘완전히’ 흥미를 잃었다는 말이 맞을 거다.‘운이 없다’고 웃으면 끝날 긁다 만 복권 따위가 아니어서인지 이런저런 짧은 인연 끝에 남은 건 기억의 손아귀에 잡힌 초라하고 가련한 나였다.


폭식잔치를 벌인 이후로 한동안 맥도날드를 지나칠 때면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아직도 코 밑에 악마의 입김같은 기름 냄새가 진득하게 배어있는 듯 했다.며칠이 지나고 A와도 더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이른 아침 산책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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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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