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 <탈출>

by 스타맨

<새>


그러던 어느날은 아침부터 어둑어둑했다.

해를 숨겨 잔뜩 복선을 깔던 하늘은 번개에 천둥까지 곁들여 마침내 폭군같은 정체를 드러냈다.창문이 후들거릴 정도로 세 찬 비가 내렸다.

천둥소리에 이어 순식간에 세상을 쩌억 하고 가를 기세로 번개가 칠 때면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졌다.

아침에 런닝머신을 건너뛰고 산책도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티다,배가 쪼일 듯이 아파와서 두유 한팩을 마셨다.


그러다 문득,책상 앞 창문의 좁은 창틀에 작은 새가 날아와 앉아있는걸 발견했다.

가까이 보니 몸이 젖어서 자기 무게도 견디지 못할만큼 작고 마른 아이였다.까맣고 반짝이는 눈으로 창문 안쪽을 살피듯 창틀 위를 살살 걸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 작은 새를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 새가 내 방 안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려는 순간,새는 날아가버렸다.고개를 젖혀보았지만 이름 모를 작은 새가 날아간 하늘은 세찬 빗줄기 때문에 뿌옇게만 보였다

.그 작은 아이가 한치앞도 안보이는 하늘을,빗물의 무게를 견디며 잘 날아갈 수 있을까,걱정이 됐다.

저 아인 어디로 날아가는걸까.저렇게 작고 가벼운 삶이라니.



<탈출>


내가 또다시 맥도날드에 들어가게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불과 일주일쯤 뒤였다.사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있을만한 곳이 생각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24시간 안전하고 편안한,선택받은 소수만 갈수 있는 고요한 행성같은 곳,그 곳이라면 잠시 이방인의 방문을 용납해 줄 것만 같았다.집을 나선 후 횡단보도까지 내달린 나는 문득 통유리 너머의 텅 빈 공간 속에서 양각처럼 새겨진 한 남자를 보았다.A였다.일주일만에 그를 보았지만 원래 알던 사람처럼 그의 얼굴과 편안한 옷차림까지 익숙했다.

A는 막 음료를 들이키던 찰나였는데 나를 본 순간,재생 오류라도 난 듯 움찔거렸다.


‘대체 저 애는 매일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지?’란 생각이 들면서도 그가 지금,여기 있어서 왠지 안도되었다.

문을 열자 매장 좌측 주문대에 서 있던 남자 알바생 한명이 “안녕하세요..”하고 졸음이 잔뜩 묻은 희미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열댓개는 거뜬히 넘어보이는 1층의 테이블은 모두 비어있었다.손님이 없어서인지 에어컨의 냉기는 그다지 세게 느껴지지 않았다.넉넉한 바다빛 긴팔 티셔츠에 옅은 색 청바지,그리고 여전히 낡은 검정색 컨버스 차림의 A가 나를 길게 돌아봤다.나는 최대한 알바생의 시야에서 가장 먼,A와는 대각선 끝에 위치한 구석 자리를 찾아 잠시 숨을 골랐다.


그 때 갑자기 번쩍, 마른번개가 쳤다.순간,X레이를 찍은 듯 통유리 너머로 멀고 깊은 세상의 속사정이 훤히 드러났다.번개로 환해졌던 흑백의 세상을 멍하니 내다보고 있는 A의 뒷모습이 겹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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