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2월이다. 내 인생에 많은 변화가 있던 2022년이 다 지나갔다. 쌀쌀해진 날씨가 겨울이 왔음을 알린다. 헐벗은 나무를 보며 쌓여가는 낙엽을 보며 또 이렇게 사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올해 결혼을 했다. 평생의 짝이 되겠다, 당신의 곁에 있겠다고 하객 300여 명 앞에서 약속했다. 이에 사람들은 물어온다. 어떻냐고. 사실 큰 변화는 없다. 평일 둘 다 일에 치여 집에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잠시간의 휴식, 그리고 이제는 설탕냥이 돼버린 댕이 주사 시간이 지나면 잠을 청해야 한다.
그렇게 월화수목금을 보내고 나면 금요일 불금을 준비한다. 결혼식에 와준 친한 이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는 시간을 한동안 보냈다. 그렇게 불금.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유부녀가 됐지만, 여전히 우리의 술자리가 끝나는 건 다음날 아침이다.
내 짝꿍은 이런 내 패턴에 굉장히 너그럽다. 밖에 나가 실컷 떠들고 스트레스 풀고 오면 그걸로 됐다는 그. 그의 너그러움에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 집에 귀가해 씻고 기절하듯 잠을 청한다. 느지막한 오후에 눈을 떠 짝꿍과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고 우린 당연하단 듯 대청소를 한다. 한 주간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한다.
이불을 빨고 냉장고를 청소하고 집 안 곳곳 한 주간 눅눅해져 버린 우리를 닮아 있는 집에 생기를 더한다. 댕이는 청소기를 피해 소파 위 침대 위 곳곳에 누워 우리를 지켜본다. 청소가 끝나면 우린 다시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한다.
드라마를 보며 잠시 간의 휴식. 거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의 색이 변하는 걸 느끼며 또 이렇게 토요일이 흘러가는 걸 느낀다.
그렇게 또 우린 저녁을 먹고 한참을 뒹굴 거린다. 댕이 역시 우리 곁에서 한참을 뒹굴 거린다. 댕이는 건강검진 날 초음파를 위해 태어나 처음으로 배털을 밀었다. 미용으로 민 게 아니다 보니 길이는 들쭉날쭉 약간은 엉성한 느낌이다. 흰색 털에 배꼽처럼 배 한가운데 노란색이던 댕이의 배는 핑크색이 됐다. 댕이의 맨 살을 처음으로 마주한 날, 우린 웃펐다.
촉촉한 그 느낌, 약간을 까슬한 그 느낌. 뽀뽀를 하면 챱! 하고 달라붙는 그 느낌. 댕이도 상당히 놀랐는지 배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뽀뽀하는 날 내버려 뒀다.
식빵을 굽고 있는 댕이를 반 바퀴 굴려 배를 보이게 한 뒤 한참을 뽀뽀한다. 그렇게 교감을 하고 댕이에게 우린 미안해, 고마워를 말한다. 이렇게 아픈 게 뭔가 우리의 잘못인 거 같아 느끼는 죄책감, 씩씩하게 잘 이겨내주고 있는 댕이에 대한 고마움.
그렇게 토요일이 흘러간다. 침대 위에 누워 우린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대화가 어떤 부분이 잘되고 있는지, 잘못되고 있는지. 서로에게 느끼는 서운함은 없는지.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잠에 든다. 따뜻한 침대 위 폭신한 이불, 그리고 댕이의 그릉대는 소리를 듣다 잠에 빠진다.
그렇게 일요일. 벌써 마지막 휴일이라는 아쉬움에 침대 속으로 더 깊이 파고든다. 식사가 규칙적인 내 짝꿍은 이제 그만 누워있고 밥을 먹자고 말한다.
그렇게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각자의 휴식을 즐긴다. 연애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항상 함께한다는 느낌 덕분인지 굳이 붙어 있으려 노력하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각자의 휴식을 즐긴다. 오빠는 안방에서 나는 거실에서. 댕이는 우리 둘 사이를 오가며 본인이 누워있고 싶은 곳에 누워 우리를 바라본다.
엄청난 행복은 없다. 그저 이런 안정감이 이런 소소함이 당연히 떠있는 해처럼 우릴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