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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Mar 30. 2023

꽃비가 날리는 요즘

내 삶에도 내리는 꽃비

요즘의 난, 아마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변화는 아침 운동을 시작했다. 단지 예쁜 몸을 갖고 싶어서라기 보단, 너무 완벽해진 내 삶에 느슨해지는 것 같아서.

유연 출근제를 도입한 회사 덕분에 오전 8시 회사 옆 헬스장으로 향한다. 마음 맞는 동료들과 모여 간단히 몸을 풀고 근력 운동을 시작한다. 한 시간가량 근력을 하고 남은 30분은 각자 몸에 맞는 운동을 추가한다. 누군가는 근력, 나는 유산소.

한 달가량 됐을까? 몸 선에 변화는 없다. 고작 한 달만으로 몸이 달라지길 바란다면 그게 욕심이겠지. 그저 하루 한 시간 반 가량의 시간을 통해 나는 자기 효능감을 얻는다. 나도 일찍 일어나 아침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더불어 최근 레그 프레스 100kg을 도전했고 성공했다.

누군가에는 참 별 거 아닐 수 있지만, 난 요즘 이런 소소함에 스스로를 칭찬하고 대견해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땀을 흘리고 아침 샤워를 하고 회사에 도착한다.

회사에 도착해 하루 업무를 수행하고 고양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향한다. 요즘 업무가 너무 많은 남편을 대신해 집 청소를 한다. 환기를 시키고 빨래를 돌리고 밤새 쌓인 고양이 털과 먼지를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얌전히 앉아 엄마를 구경하는 고양이와 간간히 눈 맞춤을 하고 얼굴 뽀뽀를 나누고. 그리고 간단한 저녁상을 준비한다. 배고픔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위해.

간단한 저녁상과 맥주 한 캔. 24시간 중 가장 짧지만, 행복한 시간. 그 시간 동안 남편과 하루를 짧게 나누고 샤워를 하고 각자 쉼 공간에 누어 잠시간의 휴식을 취한다. 소파에 널브러져 있으면 고양이는 곧 내게 와 자신의 무게를 온전히 건넨다.

약간의 묵직함과 따뜻함 그리고 보드라운 촉감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렇게 우리 셋은 각자의 휴식 후 침대로 모인다. 이내 서로에게 건네는 안녕.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오늘도 많이 사랑해.”


“오늘도 감사해,”


아침 운동 덕분인지 곧 잠에 빠져든다. 고양이는 우리 둘 가운데 자리를 잡고 누워 나는 고양이의 엉덩이를 남편은 고양이의 뱃살을 만지작거리며 그렇게 따스함과 보드라움을 느끼며 행복한 잠을 청한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완성된다. 회사에는 마음이 맞는 이들이 있다. 중간중간 일에 치이다가도 함께 웃고 떠들며 잠시간의 휴식, 점심시간 벚꽃이 흩날리는 길을 걸으며 멍 때리는 시간. 소중하고, 행복하다.

꽃비를 맞으며 문득, 요즘의 내 삶에도 꽃비가 흩날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남기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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