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사) 대학병원에 가는 날

소설쓰기를 위한 묘사연습

by 데이지

갑상선 항진증을

15년째 앓고 있는

나는 여전히 두 달에

한번씩 대학병원에가

진료를 받는다.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병원 갈 준비를 한다.


집에서 한시간 반정도,

버스-지하철-버스로

환승해야 해 갈 길이 멀다.


그래서인지 준비하는

마음이 꽤 급하다.


짧은 단발머리를 물에 적셔

호다닥 샴푸질을 하고,

급한 마음에 트리트먼트는 생략했다.


수건으로 머리카락의 물기를

털털 털고, 드라이기를 손에 들었다.


두피만 털어 말리고

덜 마른 머리를 질끈 묶고는

네이버 지도 어플의

버스시간을 확인한다.


남은 시간은 약 20분,

먼길을 가야하기에

든든하게 아침을 먹어야 한다.


예쁘게 차려먹을 시간은 없으니

어제 저녁에 먹고 남은 김치찌개를

데워 밥과 같은 그릇에 담고

호로록 말아먹었다.


이제 10분! 미리 뭐 입을지

정해놓지 않아서, 그냥 눈에

가장 처음으로 띈 옷을 입었다.


'여름옷이 거기서 거기지 뭐.'


라는 마음으로...




혹시 몰라 저녁에 미리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한손엔 양산과

휴대폰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중문을 여는 순간부터

더운 공기가 코를 훅 찌른다.


현관문을 열고 나간 복도부터

답답한 공기때문에 숨이 턱 막힌다.


뜨거운 햇빛을 가리려 양산을

펼쳐도 이젠 전혀 시원하지 않다.


그저 얼굴이 덜 타는 느낌정도다.


양산을 쓰고도 버스정류장까지

약 5분 남짓, 짧은 시간에도

가는 길의 그늘을 찾아 걷는다.




버스 정류장엔 의자가 있음에도,

모두가 햇빛을 피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의

뒤쪽의 그늘로 나와있다.


내가 탈 버스가 오기 전까진,

최대한 그늘에 숨어있게 되는 날씨다.


드디어 버스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가

차례로 줄을 서 버스에 올랐다.


에어컨 강으로 켜져 있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개운하게 숨이 쉬어지는 느낌.


뜨거운 여름은, 밖에선 숨쉬기 조차 어렵다.




더워서일까, 이른 아침이라 그럴까,

버스 속은 떠드는 사람 하나 없었고

에어컨에서 바람 나오는 소리만 가득했다.


조용한듯, 시끄러운 그 분위기가

묘하게 어둡게 느껴졌다.


병원가는 날이라, 내 기분이 그랬던 걸까?


지하철 역에 도착하니, 조금은 활기가 띈다.


오늘은 버스 도착시간과 엇비슷하게

지하철 시간도 맞아서 다행이었다.


지하철만 40분을 가야하기에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20주차 임산부라 흘겨봐도

몸이 무거워 보이지만

아쉽게도 양보해주는 사람이 많진 않다.


임산부석은... 항상 만석이다.


분명 핑크색 임산부석인데,

임산부 아닌 사람이 앉아있어

오히려 몸이 무거운 내가 눈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자리를 찾으려 칸을 옮기기 쉽게

항상 노약자석 표시가 있는 문으로 탄다.


다행히 조금 널널한 칸에 당첨이 되어

눈치보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사람이 없어서그런가.


이 날의 내 기분이었을까.


지하철도 고요했고, 우중충했다.


지하철 창밖으론 푸르른 하늘과,

뭉게구름 그리고 초록빛 나무들이

보임에도 왠지 지하철 속 풍경은

어두컴컴한 느낌이 들었다.


멍하니 창밖을 보다가,

또 주위를 슬쩍슬쩍 둘러보다가

결국은 휴대폰을 들고, 이어폰을 꽂았다.


적막했던 귀에 다시금 들리는 소리가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버스로 환승할 시간!


이번엔 시간이 너무 안맞았다.


부지런히 속도를 내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지만,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저멀리 눈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


놓쳐버렸다.... 다음 버스는 20분 뒤.


땅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기운의

아지랑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뜨거운 날씨.


20분을 숨막히는 정류장에 앉아

기다릴 수 없었기에, 결국 택시를 불렀고

다행히 바로 근처에 있던 택시가 잡혀

금방 탈 수 있었다.


에어컨 없이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뜨거운 날씨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움직이는게 보통일이 아니다.


괜히 이렇게 먼 곳의 병원으로

다녔다 하는 후회가 들때쯤,

병원 문앞에 도착했다.


애매한 버스, 지하철 시간때문에

부지런히 서둘렀더니 진료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에어컨이 빵빵한 병원이라 좋았다.


땀 좀 식히고, 음료수도 좀 사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진료 접수를 하고

진료실 앞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진료보기도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졌던 날.


그 아침에도 사람이 정말 많았던 대학병원,

한시간 일찍 도착해 미리 진료접수를 했음에도

예약시간보다 15분 늦게 진료를 보게 되었다.


버스는 고작 10분도 기다리기 싫어

짜증이 마구 올라왔었는데,

시원해서 그랬나, 15분쯤이야 금방이었다.


진료 접수를 하고 앉아 기다리는 수많은 사람들,

또 이제 막 접수를 하는 더 많은 사람들.


진료 차례가 되어 이름이 불리는 사람들,

혈압을 재고 용지를 들고 줄서있는 사람들.


그리고 함께 온 보호자들까지

병원 접수처부터 진료실 앞까지

북적이고 있었다.


이 곳에선 조용해서가 아니라,

시끄러워서 이어폰을 꽂았다.


소란스런 발걸음, 소리치는 이름들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소리를 차단하고 싶었나보다.




드디어 내.차.례.


1시간 반넘게 기다렸지만,

진료는 1분 컷이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1분 컷.


다행히 오늘은 결과가 좋았기에

조금은 덜 억울하고 덜 피로했다.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 발걸음은

병원을 올때보다 훨씬 가벼워졌고,

왠지 맑은 하늘은 더 푸르고 맑아보였다.


아마 내 기분이 그래서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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