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 좋은 엄마가 될거예요.
입체초음파를 보고
안심된다고 살짝 방심했다.
몸 사리느라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있다가
8월, 컨디션이 좋다며
매주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약속을 잡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
반갑고 신나서 더 방심했는지도....
8월 30일, 이달의 마지막
약속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던 중, 목의 칼칼함이 느껴졌다.
이때, 약속을 취소했어야했다....
밤새 에어컨을 켜놔서 그런가?
얕은 생각을 했지만
또 나갈 생각에 신이나
금새 잊어버렸다.
이번에 만난 책친구들은
함께 책을 읽기위해
온라인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이번엔 점심을 다함께 먹고,
색다르게 북토크에 참여하고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와 빵을 먹었다.
이때까지만해도
좀 더울 뿐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멀리서 와준 친구들이라서
나도 1시간 반정도 걸려
항상 서울로 나가곤 했다.
지하철이 한번에 가기에
크게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면역력이 한참 떨어져있는
25주차 임산부에겐... 무리였나보다.
그날밤, 슬쩍 몸이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기운은 하나도 없고, 열이나는 느낌.
그저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다음날 아침부터 목이 너무 따갑기
시작했고, 열이 슬슬 오르기 시작했다.
임산부에게 열은 치명적이다.
물론 태아에게도 치명적이다.
기침도 심하면 자궁수축을
불러 올 수 있기에 점점 겁이났다.
걱정이 되니 잠도 오지 않고,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열은 37도를
넘어가고 있었기에 더 무서웠다.
37도를 보고 곧바로 다니는
분만병원 응급실로 전화했다.
"제가 코로나 키트를 해봤는데, 양성이떴어요.
열이 계속 오르는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수액을 맞으러 가도 될까요?"
"여기는 산모들도, 신생아들도 있어서
방문은 어려워요. 열이 지금 몇도세요?"
"37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산모는 기초체온이 높아서
37도는 정상으로 봐요.
일단 타이레놀부터 먹어보고
계속 열이 오르면 이따 밤에 다시 연락주세요."
그랬다. 임산부는 일반인에 비해
기초체온이 살짝 높기때문에
37도는 정상으로 본다.
37.8도 이상이 되면 고열로 보고
그때 적당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고 한다.
아직은 정상범위의 열이라
아주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슬슬 나오는 기침에 자꾸 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불안감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밤새 잠도 못자고,
내가 나를 돌봐야했다.
남편도 열심히 밤새 내가 열이오를까
수건에 얼음팩을 수시로 체크해주었다.
열이 오를거 같을 때마다
타이레놀을 한 알씩 먹었다.
✔️ 임산부 타이레놀 500mg*4알까지 가능!
사실 4-6알까지 가능하다고 하고,
타이레놀은 산모에게 안정하다고도 했지만
아무래도 약이라서 맘놓고 먹을 순 없었다.
열이 오를때만 한알씩,
최대 3알까지만 먹으려 노력했다.
물론 이비인후과나 내과를
방문할 수도 있었지만,
괜히 약을 받는 것이 찝찝했기에
그저 타이레놀만 먹고 참으려 노력했다.
키트 검사후 3일차,
드디어 열이 떨어지고
열감도 없어졌다.
한시름 놓나 싶었는데,
미각, 후각은 사라졌고
몸에 기운은 하나도 없었다.
며칠 잠을 못자서였을까,
집안일도 할 기력이 없어서
4일차엔 하루종일 누워
쏟아지는 잠을 잤다.
5일차, 드디어 일어날 기력이 생겼다.
코로나에 벌써 3번째 걸려서그런가.
다행히 타이레놀만으로도 열은 내렸고,
심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너무 누워만 있었기에 5일차인 오늘은,
이불도 빨고, 남편이 하다남은 집안일도 하고,
아픈 허리를 풀기 위해 스트레칭도 할 수 있었다.
미각과 후각이 돌아오진 않았지만,
혼자 일어나 움직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임산부는 환자가 아니에요."
라는 말 기억하는가.
환자는 아니지만 면역력이
훅 떨어진 상태라 주의해야하긴 한다.
컨디션이 좀 좋아졌다고
쉽게 방심한 내가 조금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ㅠㅠ
병원을 가지 못하니
뱃속 아이들의 상태도 확인못하고
기껏 잘 잡아온 불안감을
한방에 훅 높여버렸다.
왜 혼자 신나서 그렇게 돌아다녔는지...
8월 말 남편 여름휴가에 맞춰 걸린
코로나 덕분에(?) 우린 집콕 휴가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남편이 휴가여서 다행이었나...
임신기간, 참으로 쉬운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