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니까 참 좋다

by 마음의여백

어릴 적 나는 비를 참 좋아했다.


중학교 하굣길에 비가 내리면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며 십리나 되는 들판과 산길을 물장구를 치며 집까지 걸어오곤 했다.


어느 소나기 내린 날 동네 친구들과 흠뻑 젖여 산길을 걸어오는데 나무가 길 쪽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우리들은 나란히 책가방을 세워 놓고 나무에 올라타 한참을 매달려 나무를 길로 쓰러뜨렸다. 순간 겁이 난 우리는 각자의 가방을 들고뛰기 시작했는데 내 가방은 가운데가 찢겨 벌러덩 벌려져 버렸다. 급한 마음에 가방을 움켜쥐고 옆구리에 끼고 나도 뛰기 시작했다.


다음날 등굣길에 시간이 더 걸리는 다른 길로 돌아가려다,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그곳을 지나다 보니 쓰러진 나무가 말끔히 나무가 치워져 있었다. 아마 동네 어르신들이 치워 주셨을 것이다.

어린 나이의 반항심과 장난이었지만, 지금은 부끄럽고도 애틋한 사춘기의 그림자다.


비는 늘 내 마음에 특별하다. 어린 시절엔 우산을 쓰지 않고 빗속을 걸었고, 지금은 빗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산을 쓰고 자주 걷는다. 마음이 무겁거나 힘겨울 때면 홀로 우산을 쓰고 빗속을 걸으며 스스로를 달랜다. 빗방울은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다시 길을 내어 준다.

어제는 비가 내렸다. 뒷산에 올라 비 그친 숲길을 걸었다. 젖은 나뭇잎과 맑아진 공기 속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


“비 오니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