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고향의 그늘, 마음의 지혜로운 벗
고향을 떠올리면 늘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오백 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마을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다.
어릴 적에 푸르름을 뽐내며 하늘을 가리던 그 나무.
그러나 시간의 무게를 견디며 큰 가지들은 잘려나가고, 줄기마저 시멘트로 메워져 버텨내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을의 중심에서 묵묵히 서 있다.
느티나무는 내 어린 시절 놀이터였다.
나무를 타고, 공을 차며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놀았다.
명절이면 고향에 모여든 이들이 나무 아래 둘러앉아 도시의 삶과 지난 추억을 풀어놓았다.
그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어른들의 사랑방이었으며, 세대를 잇는 광장이었다.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많은 이들이 떠나갔다.
이제는 어르신들만이 느티나무 그늘에서 쉼을 얻는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돌아오는 이를 반기며 큰 품으로 안아준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아련하지만, 느티나무는 포근하게 고향 사람들을 품는다.
나는 고향에 갈 때면 그 나무를 찾는다.
그 앞에 서면 사라진듯했던 기억이 되살아나, 함께 뛰놀던 친구들의 웃음, 형과 누나들의 장난기,
정겹게 이야기를 건네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돈다.
느티나무는 세월의 풍파를 이겨내며 굳건히 서 있지만, 그 그늘에 서면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배어 나온다.
그러나 그 쓸쓸함조차 고향의 품처럼 따스하다.
앞으로도 그 나무는 고향의 지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떠난 이들에게는 추억을, 남은 이들에게는 여전한 동행이 되어 주며.
부모님을 지켜주듯, 고향을 지켜주듯.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내 고향의 느티나무는
먼 훗날에도 우리 부모님의 품처럼 다정히 우리를 감싸 안고,
어린 날 친구처럼 다가와 장난스레 미소 짓는,
우리 마음의 지혜로운 벗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