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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큐 Nov 27. 2023

[4]나 그리고 나

어느새 딸이 중학생이 되었다.  

두꺼운 입술에 하얀 피부, 나름 길쭉한 팔다리가 균형적이라 다행이다.  

가끔 하는 독특한 행동만 없으면 좋으련만..  

짱짱하게 묶은 머리에 새로 산 원피스를 입고 나의 손을 잡고 걷던 모습이 아직 생생한데,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딸의 큰 가방이 유독 눈에 띄는 날이었다. 

딸! 아빠가 가방 들어줄까? 

응.. 

엇, 가방이 생각보다 무겁다. 

무거운 가방의 느낌이 나의 어릴 적 기억을 소환했다. 

어릴 때 메었던 파란색 나이키 가방이 생각난다. 

교과서와 필통.. 그리고 도시락까지 꽤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냥 단순히 무게가 무거웠다.  

그 외에 감정적인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현실의 나는 가방을 메고 있지 않다. 

그런데, 왜 무거울까?.... 

 

나의 딸은 내가 나온 중학교를 다니고 있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인사를 했다. 

학교 잘 다녀와! 

무거운 가방을 다시 멘 딸은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한다. 

응! 

내가 뛰놀던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벼워 보이는 발걸음으로 친구들을 따라가는 딸의 뒷모습에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나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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