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리 Aug 22. 2024

난임센터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첫 시도는 시원하게 실패하고 생리 2일 차가 되어 산부인과에 찾았다.

접수를 하고 상담대기를 하는 중인데 ‘오늘부터‘ 난임센터가 신설이 됐다고 해서 진료를 그쪽에서 본다고 괜찮냐고 물어보셨다.

‘안 괜찮으면..?’이라고 생각했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남자선생님인데 괜찮냐고 물어봐서 살짝 옛날 트라우마가 다시 생각날뻔했으나,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하고 알겠다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랑 다른 한 사람이랑 총 두 명. 둘이 난임센터로 던져졌다.



처음 간 난임센터는 어수선함 그 자체였다.

집기는 다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였고, 심지어 전화 설치하는 기사님도 있었다.

속으로 이 정도면 진료개시를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때쯤 접수데스크에서 우리를 ‘환자분’으로 불렀다.

그때 기분이 팍 상했다. 안 그래도 내가 지금 난임센터로 온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짜증 나는 상황인데 왜 나를 ‘환자’라고 부르지..?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나랑 다른 사람 한 명은 초진을 위해 인적사항을 작성해서 제출했다.




그래 어찌 됐건 진료는 보자

내가 뒤늦게 접수를 해서 앞사람이 진료를 보고 그다음 내가 들어갔다.

어리둥절한 채로 원장님이랑 인사를 하고 초음파준비를 했다. 생리 2일 차라 생리양이 많은데도 생리 2일 차인데 초음파를 본다 해서 충격적이었다.

첫날이라 간호사분이랑 손발이 안 맞아서인지 나 다리 벌리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간호사를 계속 혼내고 꾸짖어서 점점 불쾌해졌다.

초음파로 이것저것 확인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라고 하셔서 옷을 입고 나왔다.


상담을 진행하는데 대뜸 어떻게 하고 싶냐고 하셔서 당황스러웠다. “네?”라고 하니 혹시 어떻게 진료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진료기록도 넘어오지 않았던 거다.

구구절절 설명을 하고 생리주기가 길어서 예전 선생님하고 이번에 배란유도제를 써서 시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더니 원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유도제 처방 잘 안 하는데 그전 선생님이랑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유도제 처방 특별히 해주겠다고 하셨다.

아니 왜 그런 걸로 생색을 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전검사는 했냐는 질문에 아직 안 했다고 하니 온 김에 산전검사도 하고 가라고 했다. 보건소에서 하려고 했는데 어버버 하다가 산전검사까지 했다.

비용도 비쌌다. 18만 원이나 나와서 당황했다.



진료 이후에 유도제를 처방대로 복약하고 내 원일이 돼서 방문했다. 이전에 산전검사 내용도 궁금했고 일단 거리가 제일 가깝고 메이저 병원이니 계속 다녀볼까 생각이 들었다.


신설센터라 대기가 없는 건 좋았다. 접수를 하고 바로 초음파를 보고 나서 진료를 보는데 그전 산전검사에 내용은 어떤가요? 하니까 “정상이에요 좋네요~”하고 말아서 당황했다. 비타민D만 낮으니 주사를 맞으라고 처방을 내주셨다.


숙제날짜를 받고 나와서 접수대에 혹시 검사결과지 받아볼 수 있냐 여쭤보니 비용 발생된다 해서.. 너무 답답해서 떼 달라고 하고 집에 와서 하나하나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점점 지금 내가 뭘 하는 건지 짜증이 났다. 내 산전검사지는 까만 펜으로 의학용어들을 한글로 다 번역해서 적어놨다.


친절하지도 않고, 뭐 신랑이 달래 들면 밀치지 말고 받아주라는 둥 이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이번 사이클까지만 이 병원을 가고 바로 병원을 바꿔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배란초음파 보는데도 초음파 보는 채로 간호사 선생님한테 엄청 짜증 내시는 것까지 보고 마음을 굳혔다





이전 02화 우리가 왜 난임 ’환자‘인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