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미국유학
미국에서 지내면서 자연스럽게 미국 역사도 함께 배웠는데, 그중에서도 남북전쟁은 학교에서 여러 번 다루는 중요한 주제였다. 특히 문학 수업에서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었는데, 그 작품은 그 시대를 한 소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구조였다. 전체 설정은 지금은 흐릿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한 가지 있다.
소년이 전쟁에 참여해 총을 들고 있을 때, 그에게 다가오던 어떤 병사의 다리를 향해 총을 쏘고 그대로 도망치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전투의 혼란스러움보다는 ‘소년에게 얼마나 큰 공포와 혼란이 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느낌으로 남아 있다.
이후 그 소년이 한 노인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었다. 자신이 사람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며 고백하는데, 노인은 “다리에 총을 맞았다고 사람이 죽는 건 아니다”라며 아이를 진정시켜 준다. 그러자 소년은 그 말에 안도하며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되어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오열한다.
나는 왜인지 그 장면이 유독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