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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 시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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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도령 Apr 17. 2022

버러지의 기억

허 시 셋

주광색 등불이 스며든 책 페이지

한꺼풀 한꺼풀 쓸어내리는 밤,

방을 낮게 채운 쿨 재즈와

타들어가는 인센스 스틱의 향은


6, 7년 전 카투사 시절 한없이 차가웠던

막사의 방바닥으로 날 돌려보낸다

얇은 콘크리트 벽을 하나 사이에 두었던

까까머리 인연들은 어디에서 누구든지 되었겠지


하루하루 채워가던 날들은 이젠 온데간데 없고

어디론가 벗겨져 부끄러운 나날이다

열린 창 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볼을 스치는

부드러운 봄바람은 연인의 살결을 닮았다


생각을 말아야지 고개를 저어본들

벽에 걸린 세탁부 그림 때문에

눈을 감고 너의 목덜미에 고개를 파묻던

그런 시절이 생각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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