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이나물장아찌
-넷째 딸의 아들
식구들이 제기동에서 모일 때 어른 먼저 먹고 서열 순서대로 먹었는데 어수선해서 빨리 먹고 빠지려고 했다. 그런데 상에 처음 보는 것이 시금치 같기도 하고 모양새가 별로인데 할머니가 고기랑 싸 먹으면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하셨다. 먹으면 톡 쏘는 맛이 나면서 풀향기가 나는 듯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지금도 소고기 구이를 먹을 때 명이나물이 생각난다.
식구들이 모였을 때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다음에는 영락없이 산더미 같이 사서 장아찌를 담은 다음 딸 다섯 집으로 택배로 갈 것이다. 그러면 한동안 반찬 걱정 없이 넉넉하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그것을 볼 때마다 당연거라고 생각했는데 결코 쉬운게 아니라는 것을 할머니의 부재가 된 후에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없어 무척 아쉽고 쓸쓸하기도 하다. 지금은 명이 나물이 흔하지만 할머니가 이것으로 장아찌를 담을 때만 해도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 만 아는 식재료였는데 산지에서 사와 이것을 접하게 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해준 할머니에게 고맙다.
할머니가 떠나고 막내이모가 생각이 났는지 봄에 명이나물을 사서 담아 형제들에게 보내주는데 이 나물을 잊지 못하는 이가 여럿인가 보다. 그 음식에 있는 추억들이 좋았기에 그리움이 들어 있으니 먹을 때마다 아린 마음과 그리움, 아쉬움, 상실 같은 여러감정들이 톡 쏘는 향과 함께 나의 마음을 건드린다.
-재료: 명이나물, 진간장, 설탕, 식초, 물
<만드는 법>
1. 명이나물은 줄기를 조금 잘라내고 물에 씻어 놓는다.
2. 물과 진간장의 양, 설탕, 식초의 양은 엇비슷하게 냄비에 담고 끓여준다.
3. 장아찌 간장이 식으면 씻어 놓은 명이나물에 간장을 붓고 손으로 눌러 준 다음 냉장고에서 숙성시켜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