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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을 읽는 생면부지의 독자들은 과연

진심은 통하리라 믿으며

by 비터스윗

아직 어리바리하다. 연재를 시작하며 밝힌 대로 브런치스토리 두 번째 활동 개시 후 2년 전에 달랑 글 세 편을 올리고 개점휴업을 하다가 지난달부터 큰 마음먹고 글을 올리고 있다.

큰 마음먹은 데는 현재 무직이고 시간은 많고 쓰고 싶은 것도 많아서다.


놀면 뭐하나, 뭐라도 하자


무위도식이란 말이 참 싫다. 다시 취업할 때까지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책 읽고, 지치면 넷플릭스 보고, 싫증 나면 친구들 만나서 맥주도 한잔 하고, 딸이랑 미술관도 가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 독서-넷플릭스-음악 듣기-독서-디즈니플러스-음악 듣기..... 알차게 보낸다기보다는 강박에 의해 기계적으로 반복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무엇이든 마구 머릿속에 집어넣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정리가 안되고 귀에서도 가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눈도 피곤해졌다.

고민을 털어놓으니 딸이 브런치 스토리 활동을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마음도 정리하면서 차분하게 글을 써보라는 거다. 생각해 보니 입력만 잔뜩 해놓고 출력이 없었던 것이다. '과부하'다.

일단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집중이 안되면 오래된 노트북을 싸들고 동네 카페에 갔다.


대한민국 글쟁이들은 다 모였나 봐


글을 잘 쓰기 위한 수업을 정식으로 받은 적은 없다. 전공이 좀 가까웠을 뿐이다. 글 써서 돈 번 적은 있지만 책을 낸 적은 없다. 쓰는 건 좋아하고 시간도 많으니 일단 개문발차해보자.

하지만 이제 한 달여 지나고 나니두려워진다. 어쩌면 글들을 저리 잘 쓸까. 간결하고 흐름을 잃지 않으면서 결론도 분명하다. 내 글은 처음엔 거창하게 시작하다가 결론이 좀 약한 편인데. 어림없구나.

그래도 연재에 충실하다 보니 계속 글은 쌓이는데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발행을 취소할 수는 없고 이걸 다시 다 뜯어고치는 것도 의미가 없고. 어쩌랴. 그냥 열심히 글을 쌓아 올려서 초반에 쓴 건 아래로 밀어내버리자.

글감만 찾으면 쓰는 건 좋아하니 에세이든 시든 콩트든 써야겠다.

일단 양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구독자들도 많아지고 라이킷을 누르는 이들도 많아질 거다.


나의 진심이 통하리라 믿으며


구독자를 늘려야 할 텐데 브런치스토리를 주변지인이나 친구들에게 알려야 할까. 잠깐 생각했다가 안 하기로 했다.

나의 과거와 현재를 알고 있는 이들은 오히려 글 자체로만 평가하기 힘들 것 같아서다.

물론 당연히 응원해 주겠지만 열심히 습작 중인 시의 주제가 사랑, 이별, 그리움이다 보니 괜한 오해(?)를 부를 것 같고 이런저런 참견들도 서슴지 않을 것 같고.

그래서 독자, 구독자, 브런치 동료작가들이 현재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브런치북을 연재하면서 글로 소통하고 위로와 공감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다. 한없이 고맙다.

우리는 늘 표현하고 싶어 한다. 다양한 방식이 있겠지만 나는 말보다 글을 선택했다.

글, 그중에도 문학은 감정과 사유를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때로는 리얼리티를 담아, 때로는 상상력으로 메타포어와 풍자를 적절히 이용해서 빚어낸다.

하나씩 차분하게 빚어가고 있다. 나의 진심을 담아가고 있다.

진심을 알아주는 독자들의 온정으로 치유받고 싶다. 그리고 바라건대 나의 조촐한 글과 시들이 그들 영혼의 치유에도 도움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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