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신 990원, 할말 10원
복직과 동시에 학교를 옮긴 나
여전히 적응중이지만
그 난리통 속 5월, 체육대회를 맞이 했다
에피소드야 많지만 그 중 하나
다름 아닌 소음에 대한 민원 이야기
우선 민원이 접수되었다는 소식을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어떡하냐고?
그럼 엠프 볼륨을 줄여야지.
문제는 볼륨을 줄였다고 민원의 강도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
저 멀리 교문이 분주하다
체육부장으로서 출동!
어르신 한분이 팔짱을 끼고 지킴이 선생님과 실랑이 중이었다
일단 목례 박고 시작!
“제가 체육부장입니다~많이 시끄러우셨죠?죄송합니다… 코로나 끝나고 처음하는 행사라…1년에 한 번 이니 너그러이 좀 봐주십시오!”
일단 머리 숙이고 굽신 990원
“됐고 나 경찰 불렀어! 외국 같았으면 행사 취소야!”
이후 루틴처럼 서로 같은 말이 반복되었다.
학교 앞 빌딩에서 사무실하는 분이었는데 현직에서는 벌써 물러나셨을 연배였다.
매우 강한 불통의 스멜…
이런저런 말을 뱉어도 들은채만채 팔짱만 끼고 경찰을 기다리셨다…
볼륨은 절반 가량 줄여 제법 행사가 차분해져가는 중이었다.
아니, 체육대회가 차분해야하는 건 아닌디…
결국, 경찰차가 출동했다
그리고 체육대회 소음이 빌딩에 더 크게 들리는 과학적 이유에 대한 강론이 시작되었다
요는 여차저차의 원리로 더 크게 울린다는 것
비트 때리는 음악 틀지 말라는 것
아니 그럼 클래식을 틀어야하나
체육대회는 태교가 아닌디요…
암튼 할말은 실컷하셨고 그 사이 굽신만 하던 나도 분노 게이지가 슬슬 올라가기 시작했다.
“학교 학생들 교육활동 아닙니까? 저희가 일년에 두 번 세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딱 한 번 하는데 좀 이해해주십시오!“
싸늘하다
“아니 죄송죄송해도 시원찮을 판에 뭐가 그렇게 당당해? 이게 맞아?!”
그리고는 다시 굽신 모드로 다시 돌아왔다.
“저희가 볼륨도 절반 이상 줄였으니까 한번 가서 근무해보시고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3시 전에는 마무리하겠습니다!“
경찰들도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와서 민원 청취와 조치를 해야하니 최대한 민원인의 의견을 듣는 눈치였고 나도 제법 침착하게 민원인과 경찰에게 조치 내용을 설명했다.
‘일년에 한번하는 행사’
이게 나의 할말 10원 어치였다.
민원인은 결국 돌아갔고 고조되는 분위기대로 볼륨은 다시 올라갔지만 어르신은 다시 오진 않았다
민원 대응을 위해
1. 미리 공문을 만들어 인근 상가, 사무실에 뿌리거나
2. 학생회 학생들이 직접 애교 섞인 전단지를 만들어 양해를 구할 수도 있지만
2번은 교육적 의미가 있어서 해 볼만 할 뿐이지 어떡하든 그 어르신같은 분들은 온다
올 사람은 반드시 오게 되어있는 것
핵심은 적당한 굽신거림과 민원인의 말을 견디는 인내와 시간
그래도 할말 10원 어치 정도는 해야 덜 억울하다
일년에 한번, 그걸 이해못해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