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턱걸이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스포츠에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 경쟁이다
기록 경쟁, 순위 경쟁, 메달 경쟁
스포츠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는 모든 면에서 경쟁이 극에 달한 사회라는 점에서 스포츠와 유사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상은 스포츠인셈.
아직 스포츠 선진국도 아니지만
정말로 선진국은 아니라는 말
대학입시는 우리나라의 경쟁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끝판왕
학교 운동부는 소년체전, 전국체전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치열한 메달 경쟁을 하며 별로 지속성없어 보이는 소모전을 이어간다
둘 다 단기적이고 지속성이 없는 점은 공통적이다
이 경쟁의 터널을 제대로 통과한 자라면 몸과 마음이 지치기 일쑤다
입시의 전진기지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멋진 클럽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이야기다. 점심 시간이면 아이들이 삼삼오오 철봉에 모인다. 턱걸이를 하려고 모여든 고3 학생들이다. 아이들이 풍기는 이미지는 운동과는 멀어보인다. 운동 좀 하는 애들은 축구나 농구를 하고 있다. 여기는 턱걸이도 고작 몇 개, 심지어 한개도 못하는 아이들이 몰려있다. 점심을 먹고 운동장을 산책삼아 돌면 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에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름도 붙여줬다.
월요일 턱걸이 모임, ‘월턱스 클럽’
그런데 턱걸이 하나도 못하는 놈들이 그렇게 표정이 밝을 수 없다. 사실, 갯수를 셀 수 없으니 경쟁이 없다. 서로 웃고 응원할 뿐.
웃픈 사실이다.
결국 아이들은 철봉에 매달리기만 할 뿐이다.
나는 턱걸이를 잘 한다. 요즘 전문적으로 헬스나 크로스핏 등을 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지만 전성기 시절 정석으로 30개는 당길 수 있었다.
식당 앞에 철봉을 세워넣고 식당 입장(?) 전 강제로 턱걸이를 해야만 했던 군생활 덕이다.
요즘은 좀 애를 쓰면(?) 15개 정도는 할 수 있다.
아이들 앞에서 가볍게 10개을 당겨본다. 아이들의 눈빛은 마치 연예인을 보는듯 하다. 뭔가 그 눈빛에 응대는 해줘야 할 것 같아 늘 한마디 던진다.
매일 철봉에 매달리는 너네가
진정한 메달리스트야
월클은 절대 못되지만 월턱이 된 아이들
나도 어딘가 매달려봐야겠다
누군가와 같이
그리고 그저 즐겁게 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