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편성: 고3 체육 2시간 투쟁기
2025학년도 신입생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교육과정 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오늘로 벌써 3차 회의다.
논의를 거쳐 3가지 안이 마련되었으며
신체활동이 부족한 3학년들을 위해
일주일에 2시간 체육을
1차 회의에서부터 계속 주장해왔다.
하지만
도무지 먹혀 들지 않아
별도 안건을 상정하기까지 했다.
결국, 3가지 안 중에 하나로
고 3 체육 2시간 안도 포함되었다.
고등학교 체육교과의
기준 학점은 3년간 10학점이다.
매학기 편성이 원칙이다.
6학기이므로
(2+2) + (2+2) + (1+1) = 10
1, 2학년 때는 일주일에 2시간
3학년 때 일주일에 1시간을 하면
딱 10학점이 떨어진다.
그런데 10학점이 최소학점이라는 거지
더 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학교 안에 수 많은 교과와 교사들
얽혀있는 교과 배당 학점, 교사 수업 시수 등
따지다보면 고3 체육 2시간을 사수하기란 쉽지 않다.
입시위주 학교 문화 안에서
국영수사과의 힘은 막강하다.
기준 시수보다 훨씬 많이 하는 데도
수능 과목이니까…
이걸 선택해야 어디를 간다…
등의 이유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면, 체육은?
일주일에 체육을 2시간하는 안에
빨갛게
기준학점보다 초과라 표시되어있다…
아니 한시간 더 하는 게 그렇게 별로인가요…
운동장에 내리는 비가
마치 고난이 될 투쟁을 뜻하는 것 같다.
회의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사실 매 순간이 고민이었지만
이번 회의는 특히 중요한 회의다.
교육과정의 가닥이 결정되는…
즉, 고3 체육 2시간의 당락이 좌우되는 날이다.
고등학생들이 신체활동이 부족하고
체육을 1시간하는 거보다 2시간하면 좋다는 걸 모르는사람이 있나?
문제는 늘 현실의 벽
대학입시라는 높은 벽 앞에 그 어떤 논리도 무력화되기 일쑤다.
고등학교 교육과정 회의 시간에 고3 체육 2학점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주장하기란 쉽지 않다는 소리.
문득, 나의 중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셨던
‘안 선생님’이 떠올랐다.
젊은 여 선생님이셨다.
나는 당시 체육 특기생이었다.
안 선생님은 내가 운동을 하고 있을 때면 늘 들러 감독 선생님과 코치 선생님에게 한마디 하셨다.
감독 선생님~ 코치 선생님~
우리 OO이 공부 좀 하게 해주세요!
엄밀히 말하면 그 말 때문에
내가 전적으로 운동을 하면서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영향은 있었다고 본다.
그건 그렇고 젊은 여 교사가 운동부 감독과 코치에게 그렇게 큰소리를 쳐대던 당시 상황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운동만 하는 아이들에게 공부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지셨던 안 선생님…
공부에 찌든 고3 학생들을 위해
나도 그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원 님들 우리 고3 아이들
운동 좀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말을 해야하는 위치와 상황에 놓였다는 생각이 들어 회의에서 할 말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체육교과의 중요성, 편성의 가능성과 실제성, 교과 간의 형평성의 문제 해결, 실제 고3 체육 1시간의 운영 경험 등을 꼼꼼히 정리했다.
전체적인 교육과정과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된 상태여야하기 때문에 적당히 공부도, 연구도 했다.
콧구멍이 2개인 이유는 한 쪽이 막혔을 때 다른 한 쪽으로 숨을 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체육도 마찬가지다.
일주일에 1시간만으로는 아이들 숨 못쉰다.
1시간을 하면 어떠냐고?
고등학생들은 모의고사나 각종 행사가 겹치면 체육을 2-3주에 1번하는 경우가 생긴다.
2시간은 해야 적어도 1시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말.
콧구멍이 2개인 이유와 같다.
게다가 최근에는 황사, 미세먼지, 오전, 겉잡을 수 없는 강수 때문에 예전보다 상황이 더 녹록치 않다.
어쨌든 회의에 들어가서 할 만큼은 했다.
이제는
실제로 교육과정을 짜는 선생님께서
의견을 반영해서 퍼즐을 잘 맞춰주시길!
고 3도 편안히 체육 2시간할 수 있게
아예 국가교육과정도
고등학교 체육 최소 학점이 12학점으로 변화되길!
이제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