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 기준에 닿지 않더라도
이번 학기 수업은 배구다.
1학년은 그렇다.
나는 교육분야에서
일정 부분 무책임한 국가와
복합적인 학교의 사정에 따라
1, 2, 3학년을 모두 가르치고 있는데
각 학년마다 몇 명씩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학생들이 있다.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은
정해진 횟수와 시간 안에 목표한 성취기준을 달성시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아니면 나는 어찌할려고 하지만 학생이 으레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일 수 있다.
선생님 저는 공이랑 안 맞아요!
배구 수행 평가에서 0개를 기록한 학생의 말이다.
언더핸드 패스와 오버핸드 패스를 묶어 하나로 기록을 측정하는 평가다.
체육에 대한 학습된 무력감은 꽤나 탄탄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 학생이었다.
‘공(영)’이랑 안 맞으니까 한번만 더 해보자!
공이 앞으로 혹은 뒤로 튀어나갈 때 마다 이유와 패스가 이어지기 위한 원리와 함께 설명해나갔다.
시범도 보여주고 몸도 잡아주면서 가이드했다.
하루에 벌어진 일은 아니다.
꽤나 지속적으로 지도했다.
지속된 무력감에 대한 지속한 응답이랄까.
진짜 하나도 못한다는 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그 완벽한 무력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말을 스스로 부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몇 번의 도전 끝에 그렇게 0은 1로 바꼈고
성취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1이라는 숫자에
우리 둘은 잠시였지만 꽤나 기분이 좋았다.
이 공은 학생에게…
공이랑 안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
공은 둥글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