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웅 빚 갚기

마중의 잔상

by 서울체육샘

목요일, 이 시간.

오후 1시 정도 되는 시간일까?

점심을 먹고는 교무실에서 짐을 챙겨

어김없이 길을 나선다.

등교길이다. 대학원 등교길.

벌써 4학기째 계속되고 있는 루틴.

정기적으로 수업을 가야하는 마지막 학기다.

버텨야하는 2025년인거다.


조퇴를 하고 나가는 길이면 학생들이 묻는다.

"선생님 어디가세요?"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가방을 매고 나가니까 궁금한 것.

그 때마다 '일이 있어서 간다', '출장 간다', '조퇴한다'라고 말하거나

정말로

"샘, 공부하러 대학원 간다!"

라고 말할 때도 있다. 대답의 옵션은 많다.

둘러대든지, 솔직하게 말하든지다.


주로 후문을 통해서 나간다.

우리 학교 후문은 비밀번호 자물쇠로 잠겨있다.

비밀번호는 보안처리(?)되어 관리되는데

나는 주로 어둠의 경로(?)를 통하여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후문으로 나가지 않으면

정문으로 상당히 긴 거리를 돌아 가야한다.


선생님들은 늘 후문 비밀번호를 알고 싶어한다.

행정실은 가르쳐주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든 알고 있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면 나간다.

대략 이런 맥락이 있다.


어느 화창한 오후 1시.

보통처럼 조용히 후문을 따고 발걸음을 밖으로 옮긴다.

"비밀번호를 아세요? 부장님?"

몇몇 선생님들이 득달처럼 달려들었다.

나는 곤란한듯 보안인 거 같다고 둘러댔지만

평소와 다른 후문 조퇴 세레머니에 기분이 좋았다.

비밀번호를 알려고 달려든 선생님들이지만

그건 나에게 '배웅'이었다.

문을 나갈 때 누군가 문앞에 서있는 것

무언가를 물어주는 것

그것이 배웅이 아니면 무엇인가


선생님들의 의도는 후문 비밀번호를 알기 위함이었겠지만

나의 받아들임은 배웅이었다.

그래서 빚을 졌다 생각했다.


오늘은 그 선생님들에게 커피를 쐈다.

후문으로 나왔지만 비밀번호는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날 배웅의 빚은 이걸로 갚았다.


모든 일은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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