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해석
해외에 살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독립투사가 된 것 마냥 모국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코로나로 3년 이상 오지 못한 모국은 더욱 그렇다.
집 떠나면 고생이란 말이 진리다.
집이라는 공간에 싫증을 느끼다가도 여행이라도 갔다가 돌아오면 이보다 편한 곳이 없다.
낯설거나 느끼한 음식에 시달리고 나면 투정하던 집 밥마저 왜 그렇게 맛난 지?
어디 출장이라도 가는 날이면 같이 사는 여자가 무지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반찬 투정을 하는 놈을 보지 않아서 좋기도 하지만 출장에서 돌아오면 집 밥이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드는 철딱서니로 변신하는 기적을 볼 수 있어서 일 것이다.
모국이라고 하는 곳에 왔다.
아직은 그냥 단어 그대로 엄마의 나라이지 나의 나라는 아니다.
모든 것이 낯설다.
전자기기에 대해서는 나름 어얼리어댑터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그냥 386이다.
외식을 하려 해도 너무 많다. 선택 장애자가 되어버린다.
병원에 갔다. 의료보험 대상이 아니라서 비싸단다. 다음 날이나 되어야 대상이 된단다. 외국인에게 비싸게 받던 중국을 그렇게 싫어했는데 정작 모국에서 이런 대접을 받는다. 오늘 나는 어느 사람인가?
미장원에 가려고 했더니 예약부터 하란다. 정작 그 미장원을 찾는데 예약 시간을 놓쳤다. 길치라는 별명을 얻었다.
집에서는 담배도 피우지 못한다. 집밖으로 가장 자주 나가는 인간이 되었고 제일 먼저 외웠던 것은 도어록 비번이었다.
돌아오면 그냥 편한 곳인 줄 알았는데......
모국어를 쓰는 곳이라 들리는 말은 편한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가끔 들리는 중국어가 반갑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오래 살면 그곳이 고향이란 말도 있다.
집 떠난 지 오래돼서 그런지 태어난 곳이 낯설다.
흡사 여행을 온 것 같은 이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야 한다.
신토불이라고 했는데 토양이 너무 많이 다르다.
식목일이 한참 남았는데 제대로 심어 질지 모르겠다.
오늘부터 삽질이라도 배워야겠다.
2022.12.30 덜깬잠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