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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Dec 01. 2023

그래, 이 맛이야!

미워도 이쁜 녀석들^^

복도에서 졸졸 따라오던 1학년 녀석이 

선생님만수무강하세요

라며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평소에 뻔질나게 보건실을 드나든 녀석이다.

나는 피식 새 나오는 웃음을 참고 

근엄한 자세로 목소리 높여

오냐네 덕분에 오래 살겠다고맙다

~보건쌤싸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온몸을 흔들면서 어울리지 않게 애교를 떤다.

굵은 목소리로 

싸랑한다*!” 

이름을 불러주니 냅다 교실로 뛰어간다.  


   

어디 저놈뿐이랴?

잠깐 교무실 다녀왔더니 

컴퓨터에 쪽지가 붙어있다.

보건선생님 2 기계자동차 2반 세*입니당

손가락을 아야 해서 밴드랑 

소독약을 좀 썼씀다ㅠㅠ

 언제나 쏴랑합니다.

자유로운 영혼 왔다 감

아이러브유누굴까용?”

연모합니다.”  


출장 다녀온 다음 날

복도에서 마주친

여학생 두 명이 소리를 지른다.

아앙 보건쌤 어제 어디 갔어요?

제가 아팠다고요!!!”

보건실 문에 출장 중이라는 

팻말이 떠억 있는데도

나도 덩달아 목소리 높이면서

아아~나도 아파요!

날 째려보고 지들 가던 길 간다.



소강당에서 심폐소생술 실습을 했다.

여자가 쓰러지면 어떻게 하냐고  

키득거리던 녀석들이 

막상 실습을 시작하니

심각한 표정으로 

순서를 기억하면서 

가슴압박까지 한다.

누군가의 생명을

특히우리 가족을 

살린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누르고 

또 누르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실습 마치고 나니

아이고 난 온 삭신이 아프다^*^)


그래, 그래도 

이런 맛에 보건선생님 하는 거지

녀석들 덕분에

난 계속 만수무강(萬壽無疆)이다.^^ 

(20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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