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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 위하여 Feb 17. 2024

이혼한 사람의 명절

조용하다

명절은 긴 휴일을 주는 시간이다. 이혼 전과 이후의 차이는 크다. 이혼 후 처음 명절은 적응이 안 되었다. 이혼 전에는 딸과 함께 명절 준비를 했었다. 4살 때 명절이 마지막이 되었다. 이혼 후 혼자 준비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며느리가 옆에서 같이 하곤 했었는데 모든 것을 혼자 하는 어머니를 볼 때면 눈치가 보인다. 옆에서 도와주는 듯하며 대화를 하면서 음식 맛보기를 했다. 이런 과정도 10년이 되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지금은 이때까지 해 오던 제사도 없앴다. 어머니를 쉬게 하고 싶었다. 간단히 밥 한 끼 먹는 준비만 하신다. 어머니께서는 편해서 너무 좋다고 한다. 그동안 제사 준비로 내 나이만큼 해 오셨다. 혼자서 해야 할 때 간단히 하라곤 하지만 기본 음식 시간도 몇 시간이 걸렸다. 현재는 제사를 삭제한 시간은 2년째이다. 명절이 되면 어머니께서도 그냥 평소처럼 티브이 보며 나와 단둘이 명절 준비를 한다. 집안이 참 조용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 명절과 평일의 경계점이 없다.


다른 하나는 동생이 와서 밥 한 끼 먹는 것뿐이다. 아침 일찍 준비할 필요가 없다. 제사를 없애니 늦은 아침이 되는 것이다. 가족 외 다른이 없이 동생들과 밥 한 끼 먹으면 그것으로 명절 하루는 넘어간다. 동생들과 모이는 시간은 명절뿐이다. 남동생이 집으로 돌아가면 잠시 뒤 여동생이 온다. 이럴 때는 시끌버끌하다. 조카가 3명이나 되어 이제는 다 커서 일반적인 대화가 된다. 내 딸이 조카 나이만큼 되었다면 나와 많은 대화를 하겠다는 느낌이 있다.


여동생이 다녀가고 나면 어머니는 뒷정리 후 나와 조용히 나머지 시간을 보낸다. 명절이라 하여 내게는 별의미가 없다. 이제는 무덤덤하다. 지금 조용한 명절도 10년 뒤에는 영원히 사라지게 된다. 그때는 부모님마저도 이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해 동생과는 어떻게 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는 끝냈다. 부모님 제사는 삭제 그러나 제삿날 만나서 밥 먹기는 하자고 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동생과 나머지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때는 더욱 조용한 명절이 되겠지라며 현재 어머니께 명절이 아니라 평상시라도 잘해 드리려고 한다. 어머니 이제는 편히 쉬면서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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