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 사랑, 우정에 대한 감성
이쯤 살아오다 보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거나 멈추게 하는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저 자신이 만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서로 연이 맺어졌다가 아주 가까워지면 다투는 일이 더 잦아진다.
언쟁 혹은 싸움은 모르는 이들, 관심 밖의 인물들하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를 너무 잘 알기에, 서로에게 깊은 관심을 지니기에, 서로 애틋하게 사랑하므로 다툼의 요인이 생기면서 더 가까워지기도 하고 때론 멀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진정한 마음으로, 순수한 가슴으로 의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린 이제 진짜 친구야."
어제 여전히 자주 만나는 아주 가까운 친구 둘과, 또 참으로 가까웠지만 꽤 오랜만에 만난 친구까지 네 사람이 자리를 함께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어제 기분 좋게 미소 지으며 한 말, 그 뜻은 아마도 이젠 우의를 나누는 친구로서 거리낌이 없었으면 하는 속내를 끄집어낸 걸로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만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뭉클한 기분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내 생각이 맞다면 난 진정한 친구를 새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과유불급이라는 흔한 표현을 여기서 빗대는 게 조금 어색하지만 상대에 대한 진한 감성을 조금만 덜어낼 수 있다면 그들은 서로 다름에 대해 언쟁이 아니라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지는 관계로 발전할 거란 생각에 미치는 것이다.
살다 보니 어느 노랫말처럼 나이 들어 익어가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알게 된다. 근데 가깝게 사랑하고 친근하게 대하는 이들에 대해 감성의 폭을 조금만 조절한다면, 그렇게 덜어낸 자리에 오롯한 이성을 대체한다면,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가족도 마찬가지 아닐까. 살아오며 내내 가장 밀접한 개념으로 여긴 가족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렇게만 여겨왔던 가족의 정의를 조금 수정하게 된다. 제대로 눈을 뜨고 되돌아보니 가족이란 절절매며 격하게 돌보고 보호해야 할 복수 개념의 단체는 아니다. 어쩌면 함께 어우러지며 각자의 삶을 독립적으로 운영해가는 개별주체라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어제 기분 좋았던 만남이 추억의 한 장을 넘어 새로움을 창조하는 계기가 된 듯싶어 뿌듯하다.
"친구야, 다시 우리한테 친구로 다가워줘서 고마워."
더욱 가까이 서로에게 다가서려는 이들의 그림자는 이미 밀착하여 포옹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