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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로코

5-2. 메르주가

by WPE

너무 공허했었다.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올라와 어디로 도망쳐버리고 싶었었다. 그게 모래 언덕 위이든 어디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격렬한 운동으로, 사람들과 잦은 만남으로 좋은 글귀를 읽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하는, 개인적으로는 굳이 꺼내지 않고 혼자만 마음속에 가두고 곱씹는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모로코 인들을 대하는 태도와 동행을 대하는 태도의 괴리감이 하나의 원인일까? 왜 모로코인들에게는 호의를 베풀지 못했던 걸까? 사람이라면 모순적인 태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임을 알고 또 알지만 그러함에 좀 더 취약한 인간이라서. 이런 묘한 기류들과 감정들은 마음의 에너지를 빼앗는다. 관계 속에서 느끼는 인간의 마음이란 선의에도 온전한 선이 없고 악의에도 온전한 악은 없다는 것이었다. 세상엔 너무 다양한 사람이 있는데, 그중 나는 보이지 않는 순수함을 갈망하고 그러지 못할 때는 괴로움을 느끼도록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의 인생은 항상 온전히 나로서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이 없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속에서 살아왔다. 아무리 즐겁고 행복해도 잠시뿐이지 마음 한 켠에는 공허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오로지 신의 존재 아래 있을 때 완전히 채워지고 있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그곳에 있었다. 어릴 적부터 신을 믿는 부모님 태어나 주입된 사고일 뿐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완벽한 해결이 될 수 없다.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든 완벽하지 않은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방법들은 언젠가 효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으니 없다고 취급받는 신의 존재는 어떻게 계속 내 마음을 채울 수 있었던 걸까. 비이성적이고 비논리적이라 해서 실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했다. 영혼으로 신의 존재를 느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존재가 잠적을 감춰버렸다. 나는 변함없이 신을 갈망하고 따르고 있었는데 그가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다.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고 다시 공허 해진 건 그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사라지니 일상을 살아가는 이유도 없어졌다. 휴학을 신청해 일상을 중단했다. 사실 모험 같은 건 다 지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여행을 떠난 진짜 이유는 그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런다 해서 진리를 만날 수 있을까. 그건 진리가 나를 찾아와야지만 만날 수밖에 없다. 왜 사라져 버린 건지 배신감에 분노가 치민 적도 있지만, 실낱같은 기대를 가져본 것이다.





세찬 모래 바람을 가르고 또 가르고 올라가도 모래 언덕의 정상은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설사 계속 올라간다 해도 거센 바람이 정상을 파괴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버릴지 모르는 일이었다. 붉은 가루들이 얼굴을 스쳐 그대로 공중에 사라졌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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