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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모로코

5-4. 메르주가

by WPE

"가족한테 잘하고 나서 좋아해 주면 엄청 기뻐요. 군대 제대 후 모은 돈으로 여동생이 갖고 싶어 하는 외투를 사줬는데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평소에는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는데 그때만 오빠 대접받았어요. 그래도 뿌듯했어요. 그리고 부모님은 챙겨드리니까 남들한테 제 자랑을 엄청 하시더라고요. 가족을 챙길 때만큼 행복한 일이 없는 것 같아요.



"맞아요.. 가족.. 정말 큰 행복이죠."



"저도 가족이요. 가족이 있어서 열심히 살게 돼요. 지금은 여행을 와 있어서 가족과 떨어져 있지만 끝나면 어서 돌아가야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때요. 한국에서 패션 관련 일을 했거든요? 근데 그쪽 일하는 사람들 장난 아니에요. 기가 엄청 쎄. 엄청 스트레스받고 이건 아니다 싶어 때려치우고 가고 싶던 여행을 떠나니 이제야 살 것 같아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행복해."




"다들 말씀 주신 가족, 하고 싶은 일 모두 인터뷰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얘기해 준 내용이었어요. 모두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더라고요.



막내가 몸을 돌려 나를 보았다.



"마지막으로 언니는 행복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행복을 잃어버린 상태였고, 원하던 여행을 떠나온 지금도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상태인지라 대답하기 참 어려웠다. 과연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바로 떠올랐던 건 행복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주변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 찾아내기 위해 고민하는 그들과 나는 허상을 쫓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러니하게 행복을 찾으려 하면 할수록 불행해졌다. 이 순간도 계속 찾고 있는 행복은 불필요한 조건이 덕지덕지 추가된 첨예한 기준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기준은 맞추기 너무 어려워서 사실 각자가 정의하는 무엇이 개인을 행복하게 하는가란 어디에도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에 붙여진 까다로운 기준들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개인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듯했다. 경제력이 없으면,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좋은 직장을 다니지 못한다면, 결혼하지 못한다면...... 수많은 암묵적 규정들을 부합하지 못했을 때 불행할 것이라 판단하고 그것들에 부합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결국 지쳐 있었다. 행복을 옭아매는 수많은 조건들을 벗어나 상태에서 투명하게 행복을 바라보고 싶었다.


"솔직히 무엇이 행복을 주는지, 어떨 때 행복한지 뭐라 답하기 어려워요.... 저는....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무엇이 행복한지 찾기 못하게 된 것 같아요.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일상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면, 자기에게 맞는 행복이 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저도 그렇지 못해서, 뭐가 행복인지 모르겠어요 하하."




"언니의 대답,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들어본 대답 중에 가장 신선했어요."




"그런가요....?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요."




"에이, 별거 아닌 질문에 대답해 주셔서 제가 감사해죠. 언니 비롯한 모두의 답변, 잘 기록해서 보관할게요."




"보관만 해놓게? 취업할 때도 잘 써먹어"




"푸핫 당연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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