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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태홍 Dec 17. 2023

6월 3일, 포도농장의 포도 알솎기

2023년 농부학교 경작일지

6월 3일, 김포 아라포도 농장에 오랜만에 다시 왔습니다. 

농부학교 과정 중 하나로 포도 농장 견학이 있습니다. 캠벨 포도 반그루를 분양받아 포도가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고 포도를 관리하고 수확하는 것을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포도 반그루라는 것은 가로로 약 1.5m 되는 포도나무의 한쪽인데 30송이 정도 포도가 열립니다.


4월 15일에 이곳에 왔을 때는 포도나무에 싹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그 싹이 길게 자라나 잎이 나오고 왕성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포도 잎들은 비닐하우스 아래를 가득 덮고 있습니다. 내리 쬐는 유월의 햇빛을 푸른색 이파리로 가려주니 경치도 아름답고 그 아래가 시원합니다. 비닐하우스는 포도나무 전용으로 가운데가 뚫려있습니다. 포도나무 윗부분은 비닐로 가려져 있어 비를 직접 맞지 않게 하였습니다. 포도나무는 비를 맞으며 키우면 수확에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포도밭 관리자에게 설명을 듣고 알솎기를 했습니다. 알 솎는 일이 조금은 중독성이 있어서 아주 재미있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솎았습니다. 알솎기를 해주지 않으면 포도알이 너무 촘촘히 자라 서로 밀어내다 터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간중간에 빈자리를 만들어 주어 크게 크게 자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 알솎기가 포도 농가에서는 큰 일입니다. 꼼꼼히 해야 하는 일이라서 사람을 사서 해야 하는데 분양을 받은 사람들이 해주니 포도농장으로서는 일거양득입니다. 


저는 학생 중에 오지 않은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몫까지 솎았습니다. 같이 간 선생님 설명으로는 남의 포도를 솎는 것이 부담 없이 좋다고 합니다. 자기가 분양받은 포도는 과감하게 솎지를 못하다 나중에 알이 너무 촘촘히 자라다 서로 터지는 불상사를 맞기도 하는데 남의 포도는 과감하게 솎으니 오히려 더 좋은 포도송이를 수확한답니다. 자기 자식은 잘 가르치지 못한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그렇습니다. 서로 너무 의지하고 사랑하니 과감하지 못하고 매정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자기 자식 가르치는 일은 친구나 전문가에게 맡겼습니다. 요즘도 그렇기는 합니다.

 

포도농장에서 이렇게 많은 포도를 솎았으니 우리 집에서 키우는 포도도 잘 솎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키우는 포도는 제가 솎아줄 포도알이 없습니다. 무슨 종류인지 열매가 매우 듬성듬성 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름도 주지 않고 포도 순 관리며 잎 관리도 전혀 하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는데 포도 알송이들도 별로 크지 않고 듬성듬성 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크지 않고 그렇게 작을까 봐 걱정입니다. (나중에 수확 때 보니 같은 캠벨 포도임이 밝혀졌습니다. 제가 모종을 사다 심어 놓고도 이름표를 달아 놓지 않으니 잊어먹었습니다. 그냥 자연에 맡겨 놓으니 지가 알아서 큽니다.)  


오늘 포도나무 농장에서 좋은 지식을 한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포도는 포도나무 겨드랑이에서 포도알이 자란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키운 것이겠지만 줄기 부분, 즉 팔뚝 부분은 포도 이파리들이 자라나고 줄기의 겨드랑이 부분, 즉 큰 줄기에서 작은 줄기가 갈라져 나오는 곳에서 1, 2송이의 포도가 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잘 이용하면 사각형의 포도나무 정자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 일자로 포도나무 울타리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곳 포도농장에서는 이 두 가지 형태의 포도 키우기 방법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시골길을 가다 보면 여러 가지 포도나무 관리 방법을 볼 수 있지만 이곳 포도나무 농장처럼 포도 이파리까지 분명하게 잘 관리하는 곳은 보기 힘듭니다. 저에게는 여러모로 도움이 된 포도 알솎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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