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철
2012년 1월, 큰 아이를 집에서 낳았다. 시골집을 고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갓난아기와 함께 지내는 방, 난방을 위해 새빨간 코일이 보이는 전기난로를 썼다. 시골집이라 외풍도 심하고 단열이 약해 밤새도록 틀어놓고 생활했다. 한 달이 지났을까 한전에서 전화가 왔다. 전기세가 50만원이 넘게 나왔다고... 오마이갓, 춥긴 추울 겨울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아버지가 나랑 동생이랑 놀아줄 심산으로 동네 뒷산으로 데리고 갔다. 발이 쑥 들어갈 정도로 눈이 수북이 쌓인 산에서 강아지처럼 뒹굴었다. 새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눈 덮인 산에 앉아 홈런볼 과자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우리 아이들도 눈만 오면 마당에 뛰어나가 논다. 눈싸움은 기본, 눈사람을 만들거나 동네 언덕에서 썰매도 탄다. 눈도 맛보고 싶은지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인간 DNA에 눈만 오면 날뛰는 뭔가 있나 보다. 예전에는 눈이 펑펑 내렸던 것 같은데 요즘은 눈 보기가 쉽지가 않다.
기후위기로 요즘 겨울은 삼한사온도 아니고 봄 같다가도 한파도 불고 음력 절기가 안 맞는다. 예전에는 절기가 얼추 맞았다고 하는데 확실한 건 겨울 추위가 예전보다 덜 하다는 거다. 10대 시절 연천군 전곡에 살았다. 5층에 살았었는데 창문에서 저 멀리 한탄강이 보였다. 군부대 앞에 흐르는 강이었는데 겨울이면 군인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게 보였다. 강을 운동장 트랙 돌듯이 쓰윽 쓰윽 지나갔다. 매년 봤던 것 같은데 그만큼 강도 꽁꽁 얼은 시절이었나 보다.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느끼는 예전 추위에 비하면 요즘 겨울은 추운 게 아니란다. 옛날에는 방에 떠다 놓은 물도 얼고 걸레도 얼고 요강도 얼었다고 한다. 당연히 물독도 얼어 깨졌다고 한다. 문고리 손잡이를 잡으면 손이 쇠에 들러붙었을 정도라니... 개울도 얼고 눈도 많이 내리고 겨울 내내 그 눈이 안 녹았다고 한다. 눈이 많이 와야 보리농사도 잘된다고 한다. 눈이 보리를 덮어주어 보온이 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산토끼도 있어서 토끼털로 귀마개를 한 사람도 꽤 많았다고 한다. 옷도 광목천처럼 얇으니 느끼는 추위는 가히 빙하기가 아니었을까... 지금은 호강스런 시절이라니...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추운 나라인 건 맞는 것 같다. 시베리아 북풍이 강하게 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몹시 추워서 온돌이 만들어졌을 정도니 말이다. 요즘에는 철새처럼 겨울에는 동남아시아나 따뜻한 곳에서 지내다 오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시골에 살다가도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기 위해 서울집에서 지내는 분도 있다. 그런 추운 나라에서 겨울을 재미있게 나려고 얼음썰매도 타고 연도 날리고 개구리 뒷다리도 구워 먹었나 보다.
요즘은 고추씨를 포트에 넣는 철이다. 한 동안 안 보이던 트랙터도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농한기도 끝나고 겨울에 태어났던 큰 아이의 겨울방학도 끝나려고 한다. 겨울을 아듀하며 밀라노 동계올림픽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