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면 부끄럽지 않을까
‘무엇을 하면 돈이 될까’라는 질문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하면 부끄럽지 않을까’를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공감나침반이라는 이름의 사회적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때로는 사무국장이기도 하고, 때로는 강사이며, 때로는 지역의 사회운동가다. 윤리교육학 박사로서 철학과 전통사상, 종교적 사유와 인성교육을 오가며 살아왔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라는 회의감이 새벽마다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선택의 십계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라.”
모두가 성공과 안정, 보상을 꿈꾸며 움직이는 세상에서, 이 계명은 나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되묻게 했다.
‘윤리와 철학으로 밥 먹고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서,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밥벌이보다 삶벌이를 택하겠다.”
나는 지금 진주라는 도시에서 다시 시작하려 한다. 교육과 시민, 인성과 영성, 전통과 기술, 윤리와 사회를 잇는 통섭형 교육의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누군가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정치나 제도권을 통한 영향력을 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가 가장 정직하게 설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싶다.
이 연재는 그런 ‘삶의 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다음 글부터는 내 삶과 직업의 궤적, 통섭형 인재란 무엇인지, 교육과 인문, 지역사회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께 회복할 수 있는지를 나누고자 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의 ‘단두대’를 피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로는 그 단두대 위에서, 우리가 가장 빛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