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입교 전 공부는 교범 읽기가 최고다.
어떤 교육과정이든지 사전에 커리큘럼을 제시한다.
00과목은 언제 하고 세부 교육내용이 어떤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관련된 교범이 무엇인지 명시되어 있다. 어떤 과정은 필독서까지 명시되어 있다. (전쟁론, 손자병법 등등)
그런데 그것을 사전에 공부하기란 매우 힘들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생소한 단어가 가득한 교범을 보고 있자면 많은 인내심과 졸음, 그리고 난독증에 시달려야 한다. 교범을 펴고 한 줄, 두 줄 읽고 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 말이 그 말이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당신만 그렇다는 게 아니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절대 절망할 필요가 없다.
사전에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나는 병과학교에 입교 전, 육군대학에 입교 전에 교범을 많이 읽었다. 나 역시 교범을 읽으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이해를 못 하며 읽었다. 과목마다 다르지만 4~5번(어려운 것은 2~3번) 읽었다. 나의 첫 번째 교범을 읽을 때 중점은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는 교범을 읽는다고 표현했다. 첫 번째 읽을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 절대로 뒤로 돌아가지 않는 것. 이유는 간단하다. 교범은 '읽는 것(reading)'이지, '처음부터 이해하려고 파고드는 것(study)'이 아니다. 교범을 처음부터 세부적으로 공부하면 절대로 다 보질 못한다. 옛말에 '대관세찰'이라고 했다. 크게 보고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 교범을 공부하려면 먼저 교범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대관이 필요하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지만 주~~~욱 읽어야 한다. 중요할 것 같은 문장과 단어는 밑줄을 긋기도 하고, 이해가 안 되면 그냥 넘어간다. 그렇게 교범을 읽기 시작하면 며칠, 아니 몇 시간 못 가서 이런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수많은 후배들이 내가 이런 교육 방법을 소개했을 때 제일 처음으로 하는 질문이다.
'믿어라.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난 이렇게 말해줬다.
왜 도움이 되냐 하면 교범을 처음으로 죽~~~욱 주마간산으로, 수박 겉핥기로 읽어보더라도 일단 두꺼운 교범을 읽은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교범의 마지막인 용어 정리 또는 참고 자료를 보면서 책을 닫는 순간 마술이 시작된다. 이름 모를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던 의구심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기분이 좋다.
그리고 진짜 효과는 두 번째부터 나타난다.
내가 교범의 내용을 읽어보면 다음 장에 어렴풋이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저 멀리 기억이 날 듯 말 듯 해진다. 가끔 밑줄 그은 단어와 문장을 만나면 오래전 헤어진 친구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이 든다. 두 번째도 첫 번째 때와 마찬가지로 무슨 말인지 몰라도 절대 되돌아가지 않는다. 그냥 주~~~욱 읽는다. 첫 번째 때보다는 적응이 됐는지 읽어지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닫는다. 벅차오르는 감동이 느껴질 것이다.
'내 인생에서 교범을 2회 읽어본 경우는 처음이다.'
그때부터 실질적인 교범 읽기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 번째 교범을 자신 있게 읽는다. 주변 동료가 요즘 입교 전 공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는 동료가 있다. 그때는 쿨하게 한마디 하면 된다.
'교범 3번째 읽고 있어!'
아마도 당신에게 물어본 이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은 교범을 한 번도 다 읽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느끼며 세 번째 교범을 읽기 시작하면 이제 교범의 구조와 내용이 기억이 나기 시작한다.
당장 시험을 보면 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어디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대충, 아니면 두 번째와 유사하게 가물가물 어렴풋이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다. 밑줄 친 단어와 문장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 번째 교범 읽기가 끝난다.
시간이 있다면 한 번 더 읽으면 좋다. 시간이 없으면 여기서 종료해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내용을 대충이나마 기억을 한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 교범을 3번 읽어봤다는 것!'이다. 가슴 벅찬 자부심은 내가 마치 교범을 다 외우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해준다. 전에 나에게 사전공부를 물어봤던 이는 교범의 앞쪽 30페이지를 돌파하지 못하고 무한 반복을 하면서 초조해한다. 그에게 한마디 한다.
"주~~욱 읽으면 되는데....."
이쯤 되면 그래서 '교범을 여러 번 읽은 게 시험 보는 데 도움이 되는 건가요?'라고 질문한다. 의외로 실상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시험을 볼 때는 암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대충 읽었지, 암기를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 입교 전 사전 공부한 것은 시험 때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시간이 얼마 정도 경과되면, 당신이 천재가 아닌 이상 절대 다 기억할 수 없다. 그런데 읽어본 교범의 구조와 포함하는 내용, 밑줄 친 정확한 단어는 아니지만 대충의 흐름은 기억난다. 중요한 건 이런 흐름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시험공부는 교육과정에서 치열하게 암기 위주로 하는 것이다. 암기를 할때 사전 공부했던 내용이 중간에 징검다리처럼 당신을 맞이하고 있을테니 절대 불안해하지 마라.
교육과정에 입교하면 굉장히 바쁘다. 과제를 하고 발표 준비를 하고 수시평가와 정규 평가를 준비하려면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시간이 부족하다. 그럴 때 교범을 읽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습 교재와 선배들이 물려준 정리된 족보와 같은 자료를 공부하기에도 벅차다.
그때가 바로 여러분이 교범을 다독한 성과가 발휘되는 시점이다.
과제를 할 때 교범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어디에 있는 내용인지? 교범을 읽어보지 않은 이는 절대로 찾을 수 없다. 그러면 교범을 이리저리 뒤지다가 시간도 없고 다른 과목도 준비해야 하니까, 결국 선배들이 정리한 족보를 참고해서 과제를 하고 제출한다. 교관들은 이런 자료를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디서 베낀 자료인지 잘 알고 있다. 족보를 활용해 제출한 답이 똑 같거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교범을 보지 않은 이들이 절대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시험을 볼 때도 암기를 해야 하는데, 시험 범위에 해당되는 부분을 확인 후 교범을 펴보면 밑줄 쳐진 익숙한 단어와 문장이 여러분에게 '어서 와! 오랜만이야!'라고 소리치며 환영하고 있다. 만약 여러분이 교범을 읽지 않았다면 시험 준비를 하려 펼친 교범의 모습은 마치 여러분이 처음 교범을 읽으려고 펼쳤던 그때의 막막함을 시험 직전에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 당연히 친근하고 익숙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이 처음 접한 내용을 암기하는 것보다 더욱 효율적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전 공부한 이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난 교범을 여러번 읽었다. 혹시 내가 암기하지 못한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더라도 대충 내용은 알고 있어서 100% 정확하게 맞추지는 못하지만 50% 이상은 기술할 수 있다'라는 안심을 할 수 있다. 이런 안도감은 통해서 평가에서 떨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200% 발휘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교육 입교 전 사전 공부는 반드시 교범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어떻게?
"주~~~~~욱"
처음부터 끝까지, 의미를 다 이해하려 들지 말고 여러번 읽는 것!
그게 최고의 사전 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