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 참모직을 수행할 때 감찰부에서 민원이 접수되었으니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부대 앞에 무속인이 생활하는 집이 있었다. 겉으로는 일반 가정집 같아 보였으나, 점을 주로 봐주는 남자 무속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민원을 제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 부대가 국토 방위에 힘써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는 무속인으로, 아기 동자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기도를 통해 아기 동자 신을 모셔야 하는데, 최근 부대에서 아침 시간대에 사격을 자주 실시하심에 따라 사격 소리로 인해 아기 동자 신이 놀라서 도망가시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점을 봐드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사격은 군부대에서 반드시 필요한 훈련이라는 것을 저 역시 군 복무를 했던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습니다. 원컨대, 사격 시간을 오전 10시 이후로 조정해 주신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 역시 매일 아침 일찍 아기 동자 신을 정성껏 모시고, 가장 먼저 귀 부대의 안녕과 무운장구를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겠습니다.
늘 수고 많으십니다.
사단장님께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사단장님, 민원 내용을 보면 무엇보다 민원인의 성품이 고마운 것 같습니다. 군을 이해하려는 마음씨와 우리 부대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생각이 요즘 접수되는 민원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격 시간은 조정이 가능합니다. 최근에 새벽부터 사격을 자주 했는데 성과가 그리 많은 것으로 분석되지 않고 있고, 충분히 다른 시간에도 사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사격 시간을 조정해 주는 것을 건의드리겠습니다."
"그래. 사격 시간을 조정해 주고, 민원인을 참모가 직접 만나서 사정을 설명해 줘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단 바로 앞에 거주하는 분인데, 그 정도는 우리도 배려를 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민원인을 만나 사격 시간 조정에 대해 설명했다. 민원인은 좋아하며 감사하다고 했다. 그리고 '오신 김에 무료로 점을 봐드리겠다'고 했으나, 나는 사양했다. 그러자 민원인은 나에게 '나중에 크게 될 관상을 가졌다'고 말했다. 듣기 좋은 말이라 감사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다.
해당 대대에 지시하여 사격장 사용 시간을 조정시켰다. 사격은 민원인이 요청한 대로 오전 10시 이후부터 실시하였다. 새벽에 실시하는 여명 사격은 인접 부대에서 관리하는 사격장에서 실시하도록 통제하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훈련장 담당관에게 무속 민원인을 만나 요즘은 어떤지 확인 할 것을 지시했다. 훈련장 담당관이 민원인을 만나고 와서 이렇게 말했다.
"민원인이 요즘은 아기 동자 신이 아주 잘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점이 잘 보고 있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진심으로 부대에 감사드린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참모님 시간 나시면 꼭 한 번 오시라고 전해달라 했습니다. "
""나를? 왜?"
"아기 동자 신을 모신 상태에서 점을 봐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전에 오셨을 때는 아기 동자 신을 모시지 못한 상태여서 관상을 제대로 못 본 것 같다고 합니다. 요즘 한창때라서 정확히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다고 전해드려라"
지금 생각해 보니, 무속인이 내게 해준 "크게 될 관상"이라는 말은 현재로서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하긴, 그때는 사격 소리 때문에 아기 동자 신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으니, 제대로 된 관상을 본 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역시 무속인에게는 신을 모시는 것이 기본인 것 같다.
군인에게 사격과 체력이 전투의 기본이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