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점을 목표로 하면 95점을 받을 수 있다.
군 교육기관에서 100점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특히 종합평가처럼 서술형과 도식형 문제가 섞인 시험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는 평가를 할 때 평균 점수가 특정 분포에 맞춰지도록 난이도를 조정한다.
일반적으로 90점 이상은 A그룹으로 분류되며 이는 전체 인원의 약 30% 정도다. 그 다음이 B그룹(85~90점, 약 50%), 마지막이 C그룹(85점 이하, 약 20%)이다. 출제자는 이 기준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구성하고 채점한다. 결과적으로 한 교육과정의 평균 점수는 87점 내외가 되도록 설계된다.
이 같은 상대평가 구조 때문에, 시험 문제는 통상적으로 많고 시간은 촉박하다. 예를 들어 시험이 60분이고 문제가 10개라면, 모든 문항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정확하고도 신속하게 서술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초급 간부들은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첫 번째 문제부터 만점을 목표로 과도한 시간을 쏟는다. 문제 하나를 완벽히 풀었다는 자기만족에 빠져있는 사이, 어느새 시험 시간은 절반 이상 흘러 있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여러 개 남아 있다.
시험장에서 자주 벌어지는 장면이다. 누군가는 6번 문제를 쓰고 있는데, 교관이 "자, 이제 20분 남았습니다"라고 말한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어떤 이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교관이 “괜찮냐”고 물을 정도다. 이후 문제는 제대로 풀리지 않고, 집중력은 흐트러진다. 결국 시험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끝나고 만다. 이건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나 역시 겪었고, 교육기관에서는 흔히 목격되는 장면이다.
이런 상황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표를 바꾸는 것이다. 100점을 목표로 하기보다, 90점을 목표로 삼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90점만 받아도 A등급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시험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에게 이렇게 다짐하는 것이 좋다. “나는 각 문항을 90점 수준으로만 작성하겠다.”
시험지를 받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간 분배다. 예를 들어 작전술 과목의 시험이 60분이고 문제가 10개라면, 각 문항당 5분씩 할당하는 식이다. 그렇게 50분 동안 모든 문제에 답안을 작성하고, 마지막 10분은 보완 시간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처음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구조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시험이 훨씬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유혹은 생긴다. 1번 문제는 예습과 복습을 충실히 해온 만큼, 거의 모든 답이 떠오른다. 조금만 더 쓰면 만점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런데 5분이 거의 다 됐을 때 90%밖에 쓰지 못했다면, 욕심을 버리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야 한다. 이때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면 결국 뒤에 남은 문제를 건너뛰게 되고, 시험 전체가 흔들린다.
시간 안배를 잘 지켜가며 끝까지 문제를 풀고 나면, 마지막 10분이 남는다. 이 시간은 심리적 여유를 주는 동시에 점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귀중한 순간이다. 이미 90점 정도를 확보한 상태에서, 부족했던 문항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군 교육기관에서는 이를 '이삭줍기'라고 부른다. 처음 답안을 쓸 때는 핵심만 적고 넘어갔던 문항들에 조금씩 살을 붙이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점수는 자연스럽게 93점, 94점, 운이 좋으면 95점까지 올라간다.
이삭줍기라는 표현은 밀레의 그림에서 따온 것이다. 수확이 끝난 들판에서 마지막 남은 낱알들을 조심스럽게 주워 담는 여인들처럼, 시험장에서도 그 마지막 몇 분을 활용해 조금씩 점수를 채워나가는 것이다. 내 책상 위에서도 그런 조용한 수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은 내가 시험을 ‘지배하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
나는 이 전략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바늘 시계를 가지고 들어갔다. 책상 위에 시계를 올려두고, 펜으로 5분 간격으로 1번, 2번, 3번… 표시를 해뒀다. 시간이 지나면 미련 없이 다음 문제로 넘어갔고, 마지막까지 도달했을 때는 항상 10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마음 편히 이삭을 주웠고, 실제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전술학 종합평가에서는 무려 40분이 남았고, 여유 있게 마무리하면서 우등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시험 전략은 겉보기엔 별것 아닌 요령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시험을 잘 보는 법을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이 방법을 가장 먼저 추천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 방식을 적용해 좋은 결과를 냈고, 지금도 유효한 전략이다.
“90점을 목표로 하면 95점을 받을 수 있다. 100점을 목표로 하면 80점도 못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