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및 토의 시간은 종합평가 점수를 올리는 시간이다
군 교육과정에서는 발표 및 토의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한다. 어떤 이는 단순히 발표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시간이라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교관의 눈깔 점수를 잘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발표 점수 이외에도 약간만 프레임을 바꾸면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지금부터는 발표 및 토의를 잘하는 방법과 그 효과를 확장하는 방법을 소개하겠다.
발표 및 토의 간 부여되는 점수는 매우 중요하다. 해당 점수에 의해서 수십 명의 등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발표 점수는 등급을 나눠서 상대평가로 부여한다. 예를 들자면(해당 교육과정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예를 드는 것이다.) 1조가 10명으로 편성되어 있다면 이중 A등급은 1명으로 10점 만점 중 9.5점을 부여한다. B등급은 2명으로 9점을 부여한다. C등급은 35명으로 8.5점을 부여한다. D등급은 23명으로 8점을 부여하고, 나머지는 E등급으로 최하 점수를 부여한다.
따라서 발표 및 토의 시간에는 A등급을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적어도 B등급은 유지해야 나중에 합산 점수에서 좋은 성적으로 과정을 수료할 수 있다. 혹자는 종합평가 점수로 뒤집을 수 있다고 말하고 발표·토의를 등한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결국 나중에 후회하는 사례가 많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0.5점~1점 차이지만 합산하면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발표 및 토의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예습을 아주 잘해야 토의에 참가할 수 있다. 이때 혼자서 열심히 교범을 보고 자신의 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만약 선배 기수에서 만든 과제를 보고 대충 카피해서 발표를 하면 아주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참고 자료를 활용해서 과제를 해가지고 온다. 그러다 보니 과제물의 결과가 거의 동일하다. 옆의 동료가 발표하는 내용이 자신의 내용과 동일한 것이다. 왜냐하면 같은 참고 자료를 카피했기 때문이다.
A 장교 :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선정했고, 그 이유는 METT+TC에 의거 다음과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이견이 있으시면 발표해 주시기 바랍니다."
(교실 : 조용 ~~~~~~~)
A 장교 : "이견이 없으십니까? 제가 너무 완벽한 계획을 수립했나요?"
교관 : "B 장교, 질문하세요."
B 장교 : "특별히 질문할 사항 없습니다."
같은 참고 자료를 기초로 상황 판단 및 결과가 나왔으니 이견이 없고, 질문할 것이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교관이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지나온 교육 과정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되고 있음을 목격한 교관은 과제물 검사를 할 것이고, 내용이 유사한 사람들을 체크해서 아마도 D등급의 관찰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비고란에 이렇게 기록해 둘 것이다.
"전 기수의 과제물 카피. 과제 작성 상태 불량."
그리고 이 내용은 해당 교관 이외 다른 교관에게도 공유가 될 것이다. "1조의 누구누구는 예습 상태가 매우 불량하다"라고... 치명적이다. 이때 자신이 혼자서 고민하여 과제를 작성한 경우 질문할 요소가 당연히 많다. 왜냐하면 내것과 다른게 많기 때문에 일부러 지적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금한 걸 물어보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토의에 활발하게 참석하는 것으로 보이게 된다.
혼자서 힘들게 과제를 한 경우, 그 내용은 다른 동료들과 같을 수 없다. 독창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어리숙한 상황 판단과 부족한 최종 상태인 경우가 많다. 밤을 세워 과제를 한 후 학교에 등교해서 와서 다른 동료들 것과 비교해 보면 내 것은 거의 최하의 등급을 받을 것 같은 공포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토의가 시작된다. 나의 사례를 들어 보겠다.
교관 : "K장교, 발표하세요."
나 : "전 이런 상황 판단을 해서 목표를 이렇게 설정했습니다."
교관 : "지금부터 궁금한 사항에 대해서 질의하시고 K장교님은 답변하시기 바랍니다."
A 장교 : "말이 안 됩니다. 교리에는 이렇게 하라고 돼 있는데, 적용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V 장교 : "목표의 크기는 교범에 00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데, 다른 것 같습니다."
F 장교 : "제가 독도법 교관을 했는데 단대호 표시가 잘못됐습니다."
G 장교 : "상황 판단 자체가 논리가 부족합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냥 “잘못했다”, “잘 몰랐다”, “내 생각이 부족했다” 등등 현실 도피적인 발언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방법이 가장 쉬웠다. 그러자 교관이 오히려 상황을 정리해줬다.
"이제 그만하세요.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토의 시간입니다. 발표자는 수고했고, 이 내용은 다른 장교들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조 토의가 종료되면 반 토의로 상정해서 다시 한 번 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K장교는 준비하세요."
절망적이었다. 조에서도 이렇게 엄청난 비판을 받았는데, 50명이 모이는 반에서 동일한 발표를 하면 얼마나 많은 공격이 들어올까? 나는 3일 정도 준비를 했다. 조 토의에서 나왔던 송곳 같은 질문은 이미 내 머리에 각인되었고, 그것에 대한 논리를 집중적으로 보강하였다.
그리고 반 토의를 시작했다. 역시나 엄청난 질문이 쏟아졌고, 나는 역시나 비자발적 겸손 모드에 돌입했다. 20분 정도 지났나.... 내 책상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자 동료들이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줬다. 난 잠시 생각했다. ‘그냥 나도 선배들 자료를 참고해서 학교 측 안과 유사하게 과제를 해올걸 그랬나?’
힘든 발표 시간이 지나고 하교 후 독서실에서 복습하면서 하나하나 복기를 했다. 교관이 설명했던 학교 측 안, 동료들이 비판했던 내용을 기초로 내가 최초에 생각했던 내용과 비교해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지 나만의 방법을 별도 노트에 정리했다.
얼마 후 전술학 과목 종합평가가 시작되었다. 긴장된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아봤을 때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상황과 장소만 다르지, 내가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과제의 요구상황과 같았다. 나는 시험을 보면서 내가 홀로 과제를 했을때 처럼 상황판단을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지금부터 시작되었다.
문제지에 답을 쓸 때마다 조 토의, 반 토의에서 나를 송곳같이 찔렀던 동료들의 질문들과 교관의 정리 내용이 생각났고, 나만의 노트에 정리했던 내용들이 아주 명확하게 떠올랐다. 노트 적혀있던 그들의 말은 나에게 “답안지을 이렇게 작성하라”고 훈수를 두고 있었다. 나는 차근차근 정리를 해서 아주 쉽게 시험을 치렀다. 얼마 후 성적을 확인했을때 상위 0.3%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보고 나 스스로 많이 놀랐었다.
반면 나를 아주 실랄하게 비판했던 이들은 담배를 피우며 먼산을 바라보고 한숨을 쉬고 있었다. 마치 내가 그들에게 지적을 받았던 조 및 반 토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와서 후회했던 그날처럼……
이를 다시 정리하면,
혼자 요구 사항을 해결해서 발표에 임해야 한다. 자신만의 안을 발표하라.
발표시 다른 이들의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되, 하나라도 결코 놓치지 말라.
복습을 하면서 토의 간 다른이들이 제시하였고 교관이 설명한 내용과 내가 혼자서 과제를 할 때 생각했던 내용의 차이를 반드시 정리해서 자신만의 안을 만들어라.
시험 보기 전 자신의 노트를 다시 한번 복습하며 그때의 분위기를 기억하라. 그들이 말했던 말투와 눈빛까지도...
자신 있게 내가 정리한 내용을 답안지에 옮긴다. 그들이 지적했던 요소 하나하나 빼먹지 말고 다 적는다.
성적을 확인하고 기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