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와 부사관의 관계
장교과 부사관의 관계는 많은 초급간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분야이자, 동시에 매우 민감한 주제다. 앞서 병사와의 인간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언급했듯, 초급간부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부하를 책임지는 위치에 선다. 분대장은 분대원 앞에, 소대장과 부소대장은 소대원 앞에 서서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러한 책임은 곧 ‘권위’와 연결되며, 군에서는 이를 지휘권이라 부른다.
(※ 지휘권 : 지휘관이 계급과 직책에 의해 예하 부대에 합법적으로 행사하는 권한. 이는 군의 운용, 편성, 지시, 협조, 통제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포함하며, 부하 개인의 건강, 복지, 사기, 군기에 대한 책임도 포함된다. – 군사용어사전)
이 지휘권은 초급간부에게 부여된 가장 큰 권한이며, 만약 그것이 침해당한다면 초급간부로서의 입지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래서 초임 간부들은 지휘권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하지만 단지 장교나 부사관이 되었다고 해서 지휘권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신분과 계급에 걸맞은 직무지식과 언행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지휘권이 서게 된다. 그러나 초급간부는 경험이 적기에 모르는 것도 많다. 양성교육기관에서 약 40%를 배우고 나면, 나머지 60%는 야전에서 스스로 절차탁마하며 익혀야 한다.
문제는 그 모르는 60%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데 있다. 누가 부하들 앞에서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내보이고 싶겠는가? 초급장교와 초급 부사관 간 갈등의 씨앗은 바로 이 지점,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약점이 건드려지는 순간 싹튼다.
예를 들어보자. 소위가 전입하면 모든 것이 생소하다. 일과의 흐름, 훈련 준비, 작전 시행 등 낯선 일 투성이다. 일부는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도와주실 수 있나요?”라고 솔직히 요청한다. 반면, 일부는 자존심 때문에 요청 자체를 하지 못한다.
이때 중견 부사관들은 소위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개 조심스럽게, 1:1 상황에서 도움을 건넨다. 하지만 일부 초급 부사관은 군 경험이 짧고, 본인도 바쁘고 여유가 없기에 조심성 없이 말을 내뱉는다. “소대장님은 그것도 준비 안 하세요?”, “그것도 모르세요?”와 같은 말이나 눈빛으로 선을 넘는다. 이런 순간, 해당 중소위는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심할 경우, 지휘권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받아들인다. 갈등은 쉽게 회복되지 못할 수 있다. 중소위에게 마지막 자존심은 그만큼 절박한 무게를 지닌다.
반대로 초급 하사가 전입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소대장이 하사의 영역을 존중하지 않고, 모른다는 약점을 파고든다면, 하사는 소대장을 상관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을 무시한 인물로 기억하게 된다. 그 기억은 언젠가 되갚아줘야 할 감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
만약 같은 부대에서 장교와 부사관이 ‘누가 더 많이 아는가’, ‘누가 더 부하의 인정을 받는가’를 두고 경쟁관계로 인식된다면, 그 부대는 분열의 길을 걷게 된다. 자칫 하극상, 인격모독이라는 날 선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소위, 중위와 하사, 중사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점을 서로 인정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보완을 도와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진급도 하고 장기복무도 가능해져 훌륭한 중견간부로 성장할 수 있다.
절대로 높은 자존심이 진급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PS. 상호 존중이라는 말이, 마치 민간인처럼 거리낌 없는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군대는 분명한 계급사회다.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어떤 부대를 가보면, 초급장교와 부사관이 서로 반말을 섞으며 지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군대인가, 민간조직인가?’ 싶을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원인은 장교 쪽에 있다.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말을 놓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느 순간, 자연스럽지 않은 반말이 돌아온다. 존대를 사용하면 경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함부로 말이 무너지는 일도 없다.
혹시 누군가 “계급이 높은데 왜 존대를 쓰냐?”고 묻는다면, 문화가 변하고 있음을 직시하라고 말해주자. 그리고 중대장이나 행정보급관은 이러한 상황을 철저히 지도하고, 군기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에는 단호히 지도·처벌해야 한다.
대한민국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도 합참 주임원사에게 존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