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조카가 둘이있다. 그중 큰녀석은 서울에서 태어나서 어릴적 몇년 나와 한집에서 살았다.
첫조카는 자식보다도 더 이쁘다는 말도 있듯이 그 녀석 생각을 하면 나는 가슴이 저릿해오고 애틋하다.
몇년전 내가 그 집을 쑥대밭으로 만든 사건이 있어 작은 조카에게는 절연당했지만 그래도 큰놈은
인간세계를 어느정도 이해하는 나인지라 그래도 이따금 톡을 보내면 답을 해오긴 한다.
며칠전, 그녀석 생각이 나서 약간의 용돈을 보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안 열어봐서 어젯밤 언니한테
톡좀 보게 하라고 메모를 남겼다. 그러자 지금 답장이 왔는데 요즘 바빠서 새벽 세3시까지 일하느라 톡을 볼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녀석은 지금 필리핀에서 다이빙 강사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산업디자인을 해서 한동안 IT관련 직종을 돌다가 어느날 문득 보라카이로 가버렸다. 어릴적부터 아빠가 애들 데리고 바다가서 수영을 시켜선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아마도 그 일을 하게 된듯하다.
그래도 나이 마흔을 바라보는 녀석이 외지에서 그것도 몸을 쓰는 일을 한다는게 늘 마음이 안좋아 어떻게든 돕고 싶은데 마침 이사때라 여윳돈이 좀 있어 용돈명목으로 보낸것이다.
언니한테 가끔 실없는 말을 했다가 된통 혼나기도 하는데
"나중에 j 한테 나 봉양하라고 해"라는 되도 않는 소리를 해대기 때문이다.
자기 부모도 돌보지 않는 세태에서 하물며 이모를 돌보겠는가마는 그래도 나는 줄창 지껄여댄다.
그리고 나를 버린? 작은 놈은 늘 내게는 아픈 손가락이다.
뭐 그럴일이 있었고 내가 좀 비열한 방법을 썼기 때문에 수긍한다.
하지만 내리사랑이 어디 가랴 .
그놈들이 처음 말을 배워서 '이모'하고 불러주며 달려와 안기고 내 뺨에 침을 잔뜩 묻히며 뽀뽈를 해대던 순간의 행복은 그 무엇과도 비길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따스하던 말 '이모'.
지금쯤 큰 녀석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일을 준비하고 있을듯하다.
두고두고 미안한 이모지만, 녀석들을 향한 마음만은 예나지금이나 변함없다는걸 말해주고 싶다...
j야, 이국에서 제발 아프지 말고 너도 이젠 좋은 짝을 만났으면 해...
이모가 진 빚은 두고두고 갚을게....love 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