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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마이 스윗하트>

아직 같이 잘 사람이 없어서일지 모른다.

by 박순영

혼자 살아도 침대만은 큰걸 쓰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싱글보다 아랫단계인 쁘띠 사이즈라는걸 쓴다. 그리고 나무가시 이런것에 민감해서 철제를 선호해 몇년째 쁘티 철제 침대를 사용중이다


구입처는 단골 브랜드였고 서울인데도 1주일을 꽉 채워 와서 한시간 넘게 조립을 하는 기사에게 나는 적잖이 짜증을 낸것 같다. 그래도 기사는 곧 끝납니다,라며 불평 한마디 안하고. 삼복더위에 주문한거라 에어컨이 없는 침실은 그야말로 찜통이었고 난 에어컨이 있는 거실과 침실을 들락날락하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그렇게 한시간만에 조립이 끝난 기사는 보란듯이 ,됐습니다, 하고는 그제야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는 마지막 순서인 매트리스를 얹는 순간, 맞지가 않았다. 쁘띠 매트리스가 아닌 일반 싱글 매트리스를 갖고온것이다. 속된 말로 나는 뚜껑이 열려서 씩씩 댔다. 잘보고 갖구 오셨어야죠, 했더니 이 침대는 처음이어서,라는 답이 돌아온것이다.



미숙련자를 기사로 보낸 업체의 잘못도 있지만 모든게 다 내운이려니 하고 나는 , 그럼 어떡해요 기존건 버렸는데, 하자, 기사는 맞지도 않는 매트리스를 억지로 구겨넣으며 일단 여기서 주무세요,하는 것이 아닌가. 일주일을 기다린 침대가 그꼴이 되고보니 여간 화가 치미는게 아니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진 말인데 '근데 이 사이즈 매트가 없을수 있어요'라는 것이었다. 어쩌란 말인가. 기가막혀 하는 나를 보고 기사는'그럴 경우엔 입고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한달이든 두달이든'. 그제야 나는 기사도 어지간히 짜증이 나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다만 참고 있었을뿐.



그리고는 일주일후에 다시 매트리스 갖고 온다는 전화를 받고 그날은 정확히 왔다. 그로부터 3년째 무탈하게 내려앉는 일 없이 잘 쓰고있다. 프레임은 철젠데 네 귀퉁이는 목재로 엔틱하게 마무리 돼 쎄미 엔틱 맛도 나고 괜찮은 침대라고 생각한다.

이후 그 기사는 식탁을 배송온 일이 있고 전과 달라진게 있다면 머리퍼머를 했다는 것이다. 여기 기억 안나세요? 글쎄요, 하는것이다. 해서, 매트리스 안맞아서,라고 했더니 그제야 기억이 나는지, 아...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뒤늦은 감사의 말을 전하며 유산균한개를 건넸다. 여태 잘 쓰고 있습니다. 매트도 쉽게 꺼지지 않고, 하자, 저쪽은 말없이 씩 웃었다. 그리고는 이거 잘 먹을게요, 하고는 유산균을 살짝 흔들어 보이곤 현관을 나갔다.


sleep together.jpg



이번 이사갈때 좁혀갈거 같아 난 지금 갖고 있는 가구의 절반은 버리고 가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책을 반 이상 버려야 하지만 그건 아직까진 내 일과 관련있어 결심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다 버린다 해도 이 침대만은 가지고 갈것이다. 저런 기억이 담겨있는 알뜰한 나만의 소품아닌가. 여름날 ,선풍기 한대에 의지해 한시간을 고생했던 그에 대한 미안함도 배어있고 마실물 한잔 안주고 짜증만 퍼부었던 나에 대한 속죄의 의미도 있고...

아니다. 이모든것은 변명에 불과할수도 있다. 아직 더블 침대를 쓸 사정이 아니어서 그럴수 있다. 함께 잘 사람이 생기면 난 큰 사이즈로 바꿀 것이다. 하지만 이놈은 창고에 쑤셔박는 한이 있어도 버리지 못할듯하다. 그해 여름의 추억이 배어있으므로...이 녀석은 그런 의미에서 나의 애틋한 스윗하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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