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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슬픈자의 고백

by 박순영

기계치의 슬픔은 당해본 자가 아니면 알지 못한다.

추워지면서 당연히 난방을 돌리기 시작했는데 꺼떡하면 점화가 안돼서 고객센터에 문의, 몇번 안내를 받곤 했다. 한마디로 사용법을 모르겠더라는.

그러다 한동안 좀 되더니 요즘 또 안되고 해서 아예 기사한테 문자로 상황설명하고 도움을 구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언제는 온수를 틀어놓은 상태에서는 난방이 안된다, 오늘은, 현재 온도보다 높게 설정해야 된다, 뭐 그런 답변이 돌아온다. 이정도를 난 왜 직관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아까 점심먹고 식곤증이 와서 노곤하게 한숨 자려고 난방모드 (연속)로 해놨는데 아예 안돌아갔으면 헷갈리지나 않지, 깨어보니 좀 돌다 말아서 방바닥만 미지근, 공기는 냉랭...이걸 또 문의를 하나마나, 고민끝에 문자 날렸더니 '현재온도보다 밑이나 같게 하면 100날 돌려봐야 안돌아요'라는 짜증섞이고 한심하다는 투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조금 돌다만건 뭐란 말인가? 기계의 감지 능력이나 그 범위를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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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제 좀 따스하다. 이럼 또 가스비 생각나서 끄게 된다. 아예 집에서 개파카를 입고 있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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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테무에서 5만원어치 택배를 받았다.. 실물을 봤더라면 안 샀을 코트며 기타...그래도 5만원에 그친걸 다행으로 여긴다. 뭐, 내 자체가 시든꽃임을 감안하면 못입고 못 쓸정도는 아니니 그걸 위안삼기로 한다.


아까 보일러 돌리고 부자되는 꿈이라도 꾸면서 자고 싶었는데 저놈의 시키 (보일러)가...!


암튼 이렇게 혼자 씩씩대다 오늘도 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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