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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불어오는 바람이라면>

오늘도 난 내안의 창을 열어놓는다.

by 박순영

지금도 겨울이면 어릴때 웃풍이심했던 어릴적 그 집이 떠오른다. 내복을 입고도 추워서 잠못들어 하던 밤, 엄마는 허름한 군용담요를 꺼내서 방문위에 매다셨다 .그렇게하면 조금은 웃풍이 잦아드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겨울밤은 깊어갔다.


대학졸업무렵 우리 가족은 처음 아파트로 이사갔다. 아파트는 만능이라는 생각에 겨울이 와도 웃풍띠위는 없을거라 기대했지만 가을 무렵부터 내 방엔 싸한 냉기가 돌았고 하필 침대를 바로 창밑에 놔서 잠을 이룰수가 없을정도였다. 보일러를 올려도 바닥은 미지근할뿐 옛집 만큼 뜨거워서 발을 딛지도 못할 그런 정도는 결고 아니었다.. 그로서 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환상은 날아갔다.


그렇게 바람은 조그만 틈이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헤집고 들어오는 속성이 있는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인연은 바람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피해 다녀도 만날 사람은 만나는게 된다. 그만큼인연의 끈은 질기고 그 점착력은 강하다. 그렇게 운명의 상대를 만나 우린 웃고울고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바람부는 날이면 난 곧잘 떠나간 얼굴들이 떠오른다. 내 마음에 이리도 틈새가 많은데 그들은 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가...

어릴적엔 다 찢어진 군용담요 하나로 바람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제 아무리 든든한 가림막을 설치해도 바람을 막을수가 없다.



그렇게 바람은 저 좋을대로 마구잡이로 불고 다닌다. 내게로 향했던 그 바람은 어느날엔가는 다른 곳으로 항하고... 그러면 바람이 남긴 흔적들이 낙엽처럼 내 안에 뒹굴고 난 그것들에 치여 쓰러지고 만다. 그러고는 공허.



그래도 그대가 정녕 바람이었다면 언젠가 다시 내게로 불어올 것을 믿는다. 해서 오늘도 난 내안의 창을 조금은 열어놓는다. 다치지 말고 내게로 들어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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