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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두 얼굴

by 박순영

작가마다 글, 특히 소설같은 산문을 쓰는 방법이 다를듯하다. 특히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직업군을 쓸때는 취재를 하든 관련서를 읽든, 해야 하는데 나는 주로 인터넷이나 관련서를 보는 편이다.


오늘 내 까페에 올린 신간을 읽으며 직접 현장을 발로 뛴 다음에 나오는 글의 힘같은걸 느꼈다. 여성쉼터를 운영하는 이들과 그 땅을 노리는 이들 사이의 잇속다툼, 뭐 이런. 우리 안의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드러낸 책이다.



취재, 하니 예전에 현장 답사라고 갔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 단막극을 쓰는데 pd가 왕 고참이었다. 신인을 데리고 작업한다는 게 미덥지 않았는지 현장을 가보자고 했고, s의 원작을 각색한 작품이었다. 충청도 어디쯤의 저수지였던 거 같다.


서울에서 두시간정도의 거리에 있는 그곳에 도착했을땐 여름해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오후였다. 나는 예의 차린다고 긴팔을 입고 가서 덥기도 했거니와 동행이 편한 상대가 아니다보니 스트레스까지 받았따.



아무튼, 그렇게 저수지에 도착한 그는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잘 봐두라구...직접 보는거랑 상상으로만 쓰는게 다르니까...했다.


그렇게 현장을 갔다와서 나는 수정에 들어갔는데 갔다온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게 내 판단이었다. 그저 남의 차 타고 여행 한번 갔다온 셈치고, 나는 내 상상속 저수지를 떠올리며 수정을 했고 그걸 본 pd도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아는 스크립터와 점심을 먹다 그 저수지 얘기를 했더니 그런 작가가 많다는 얘기를 했다. 보조작가들이 아무리 취재를 해다 줘도, 하나도 안 쓰고 자신의 상상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고. 그런데 작품은 잘나온다고.


글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쓰는 방식은 이렇게 천차만별이고 효용성도 저마다 다른듯하다.아무리 온 세상을 떠돌고 난 뒤 쓴다 해도, 문밖 한걸음도 나가지 않고 상상으로 쓴 사람의 이야기가 더 정치할수도 있는게 문학이고 그지점이 문학의 메리트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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