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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쓰는 여자

by 박순영

브런치에 올린 짧은 소설들을 정리하다보니 내가 어지간히도 연애이야기에 몰입했었다는 걸 깨닫고 동시에 그게 무어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큭큭 웃었다. 이제는 어쩌면 혼자가 편한 나이가 됐지만 그래도 '인디안 서머'처럼 뒤늦게라도 나를 찾는 사랑이 있다면 심혈?을 기울여 볼 생각이다.


연애이야기는 쓸만큼 쓴거 같으니 이제 좀더 시야를 넓혀 삶 자체를 그리는 이야기를 쓸만도 한데 난 여전히 연애에 끌린다. 그 무엇을 쓰든 연애심리나 연애코드는 늘 스며들것같다.


한줄을 쓴 뒤 그 뒤가 이어지지 않아 일찌기 포기했던 소설이라는 장르를 그나마 브런치 공간을 빌어 이따금 습작하게 된건 분명히 행운이다 . 등단만 했지 발표할 마땅한 지면이 없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어릴때 난 시를 끄적이다,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묘사와 분위기로 가득찬 당시의 소설 흉내를 내다 지쳐 포기하고 잠시 방송일을 하게 돼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인생 말미에 다시 소설과 조우한 셈이다.


사춘기시절, 나느 <티보가의 사람들>이라는 프랑스 소설을 여학생잡지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림이 삽입돼 더욱 기억이 나는데, 방금 수술을 마치고 나온 남녀 의사 둘의 미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여자는 뒷머리를 올려 묶고 있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를 애틋하게 쳐다보고...


뒤늦게야 그 소설이 대하소설인걸 알게 됐고 여태 전작을 안 읽고 있지만 어린날 내 문학 감수성에 큰 영향을 끼친것만은 분명하다. 그런가하면 "별을 보면 그리워져요"라고 했던 지금은 중견이 된 작가 k의 초기 소설도 그 잡지를 빌어 읽었다. 그후, 나는 원고지에 조악하게 써댄 소설을 들고 삼청동 그 잡지사에 가서 직접 투고도 했다. 그때 채택이 되었다면야 일찍이 소설로 접어들었겠지만...


짧은 연애이야기는 충분히 훈련한거 같으니 이제 좀 길게 써보려 한다. 원고지 한 500매 이상되는 긴 연애소설을...

난 얼마전까지만 해도 원고지와 a4용지 환산법을 몰랐다. 그래서 주먹 구구식으로 채우곤 했는데 이제 그 방법을 정확히 알았고, 브런치 글을 원고지로 환산하면 수천, 어쩌면 수만장이 나온다는걸 알고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한 느낌이 들었다.





연애니 사랑이니, 하는것만큼 닳고 닳은 소재도 없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회자되고 다채롭게 변형돼서 쓰여지는걸 보면, 존재의 고독은 그만큼 고질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외로우니 타인을 갈구하고 상처받으면서도 포기를 못하고 시간이 흐른 다음엔 그 잔상으로 괴로워하고...

다른 걸 다 떠나서, 감정을 차근차근 쌓아 올리는 연습은 연애이야기가 제격인듯 싶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난 앞으로도 자주 연애 이야기를 쓰려 하고 어설프나마 이젠 긴 글을 좀 써보고 싶다. 물론 브런치엔 공간의 제약상 여전히 짧게 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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