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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읽는 여자

by 박순영

지금 오컬트를 소재로 한 소설을 읽고 있다. 작가p는 번역, 평론, 칼럼까지 쓰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그녀의 번역물 중 비속어가 다량 투하된 찰스 부코스키의 책이 가장기억에 남는다. 저걸 어떻게 것도 여성이 번역을 해냈을까, 싶던.



지금 읽는 소설은 오컬트 현실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오컬트는 대강 ,서양전통사회에서 주술, 문헌으로 전해져내려온 초자연세계의 원리와 규칙에 대한 믿음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영매가 등장해 저승과 이승을 연결해주는 등 그나름의 구성요소들이 있는 걸로 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달빛 그림자>에도 오컬트적 도움으로 죽은 애인과 여주인공이 재회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바나나같은 캐릭터라면 오컬트 세계에 매료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사를 해탈한듯한 그러면서도 구질스러운 부분에서 아파하는, 그럴때 유일한 구원은 초자연적 힘과 그런 세계가 아닐까?



p의 소설은 이제 막 읽기 시작해 단정짓긴 어렵지만 유치하고 그러면서도 신선하다. 전생의 인연이 뒤늦게 재회한걸 갖고 아마도 보험사기를 노리고 접근한 것이라고 여기는 세속적 잣대가 흥미롭고 이후 전개가 궁금해진다.



작가가 무엇인가를 쓸때는 대강의 틀이나 장르를 선택할진대, 이른바 점이나 주술에 관심이 아주 없지 않은 나로서는 가끔 초자연세계를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매까지는 등장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판타지 정도는 시도해 보고 싶다



그런식으로나마 전생의 연을 다시 만나 애틋하고 맑은 연애단계를 거쳐 온전한 결합에 이르는 그 과정을 몽롱하고 신비롭게 그려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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