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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로마

by 박순영 May 0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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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 갔을때 내가 제일 매료된 곳은 이탈리아 로마였다. 음울한 테베강이 도심을 흐르는...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서있던 그 우울하고 아름다운 도시를 잊을수가 없다.


그래서 한동안 독학으로 기초 이탈리아어를 공부하기까지 했다. 독학엔 역시 한계가 있다는걸 느꼈지만.


그때 가이드를 해준 분이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음대유학 (성악)으로 갔던 이탈리아에 주저앉게 되었다고 자기 소개를 했다. 그런일이 다반사인것 같다. 유학갔다 아르바이트로 가이드를 하다 귀국 후 마땅히 자리를 잡지 못하면  다시 돌아가 가이드나 관광업, 통역 등에 종사하는 사례가 많은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이 끝나고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숙소로 올라가던 날, 그는 나와 동행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나보다 두세살쯤 더 돼보이는 외모에 성악을 했을만한 풍부한 성량과 장기 서구생활에서 익힌 세련된 매너가 인상적인 그런 사람이었다. 그를 통해 올리브나무가 무엇인지도 배웠고 오렌지가 이탈리아에서는 흔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는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가 틀어준 파바로티의 카루소caruso는 내가 비로소 이탈리아에 와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각인시켜 주었다.



그렇게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로 차가 움직일때 그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게 난 안타깝고 슬펐다. 해서, 유럽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항공사에 다니던 동창을 만난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사람 이름을 대면 수소문해 보겠노라 했다.


나는 당황해서, 아니 그런게 아니고...라고 얼버무렸지만 실은 그가 무척 보고싶었다. 하지만 끝내 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나는 더이상 그의 소식을 모른채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러다 가끔 tv에 이탈리아 풍경이 잡히고 가이드가 성악을 전공하다 체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의 눈은 화면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그래서 내게 이탈리아, 특히 햇살속 올리브나무가 줄지어서있고 테베강이 우울하게 흐르던 로마는 영원한 오브제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바위"라는 이름의 내가 묵었던 그 숙소의 인테리어까지 아직도 생생하다. 더블베드가 방 가운데 놓여있고 이태원 엔틱샵에서나 볼법한 뷰로형 데스크가 침대 발치에 놓여있던 그 작고 소박했던 방....


언제 이탈리아는 꼭 한번 또 가보고싶다.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그리워하던 그시절의 나와 재회하고 싶어서다. 그때 난 돈은 없어도 젊음이 있었고 이룬건 미약해도 꿈이 있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다시 간다면 그때 보지못한, <로마의 휴일>의 그 스페인 계단을 꼭 보고싶다.

유럽, 특히 서유럽은 여행객에게는 리스크가 큰곳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상품화,관광지화 돼서 여기저기 바가지 물가에 소매치기가 성행해도 이제는 쇠락한 옛영화의 흔적은 멜랑콜리한 우수를 자아낸다.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의 이탈리아...



(2)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 2Ch 3 Tenors 1998 전율!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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