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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연인

by 박순영

요즘 낙이라면 운동하고 와서 샤워하고노트북하면서 탄산수를 마시는것이다.

원래는 제로콜라를 마셨는데 설탕만 안 들었을뿐 카라멜을 비롯한 당류가 다량 포함돼서

의사의 조언대로 탄산수로 바꿨다. 그리고는 한달여? 처음엔 콜라에 길들여진 입맛에

영 안맞아서 괜히 주문했다 생각했는데 이게 먹다보니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마력이 있다.


우리의 인연이나 사랑이란것도 처음부터 달콤하고 요란할수록 파경에 이르기 쉽고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이루어져도 불행하기 쉽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오랜시간,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다가온 사랑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들수록 사랑의 개념도 나이를 먹어 이제는 무엇보다 인성을 보게 된다. 내가 쓰러지려 할때 과연 옆에서 부축해줄 사람인지 아예 쓰러뜨릴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정도의 안목은 생긴 것 같다.



이렇게 살며시 천천히 다가오는 그런 사랑이 그립다. 처음에는 긴가민가 혼란을 줄수도 있고 다소 지루할 수 있어도 그 사랑이 진짜임을 나는 믿고 그것의 지속성도 믿고 싶다.


순간적 욕정과 눈이 즐거워 덜커덕 맺어버린 인연은 그 욕망의 유통기한이 지나면 사그라들어 결국엔 파국을 맞는다.

그런만큼 이번 사랑만은 안개를 헤치고 뚜벅뚜벅 자신의 속도를 지키며 정중히 다가오는 그런 것이길 간절히 바라본다.


다시 탄산수 이야기로 돌아가서, 딱 마시기 좋은 450 ml로 20 팻 주문하면 얼추 한 열흘 먹는거 같다.

하루에 두병꼴인데, 입안이 자주 마르고 눈이 건조한 나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달지 않으면서 소화에도 도움이 되는 기특한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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