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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지나간 사랑의 그림자

by 박순영

예전에 알던 한 남자는

자칭 '나는 유지비가 많이 들어'라는 말을

종종 해댔다.



자신은 늘

최고급의 명품 아니면 성에 안찬다며

이따금 선물을 할라치면

사전 점검을 받아야 할 정도였다.



근근이 먹고 사는 나와 그가

깨진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결별의 순간에 마음이 아픈건

어쩔수 없었다.



그는 생의 대부분을 럭셔리하게 살다가

말년에 들어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수급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선가, 더더욱 물질에 집착하고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있는대로

화를 내고 비난을 해댔다.




나로선 할만큼 했고

더이상 해줄게 없을때쯤

우리 사이엔 명백한 균열이 생겼고

그렇게 갈라섰다.



결혼까지 염두에 둔 만남이었으니

그 충격파가 적지 않았다.

왜 사랑과 물질은 서로 섞이지 못하고

겉돌고 서로를 잠식하는 걸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한거 같다.

나에 대한 애정없이 물질만 요구해댄

그가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지점이었다.



그이후 나는

'유지비가 많이 드는 타입'의 상대는

애써 피하곤 했다.

그리 많은 이를 만난건 아니지만

유독 나는 상대의 물욕의 정도를

먼저 가늠하는 습성이 생긴것 같다.


지금 그는, 그들은 무얼 하며 사는지

원하는대로 그 대단한 물욕은 다들 충족되었는지 묻고싶다.

사랑과 물질, 둘 다를

쟁취한 생을 보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혹시, 중간중간 사랑의 그림자가 스며들어

가슴이 아려오는 순간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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