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이 세련되고 깊이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나만해도, 지극히 통속적인 관계에서
만나고 진행되다 파국을 맞았으니 말이다.
고2땐가 언니가 다니던 대학 동창 동생에게서
수학 과외를 받으면서
이른바 연정이 싹텄고
그 관계는 대학을 들어간 이후에도
죽 이어졌다.
어느날, 입대를 앞둔 그가
학교앞으로 와서 우린 생맥주를
나눠마시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킨십을 했다.
그러나 늘 바라만 보던 상대라
서로 어지간히도 어색했고
그렇게 나는 끝이났다 생각했다.
그런데 한달후, 그로부터 연락이 왔고
나는 왠지 두려운 마음에
남친이 생겼다고 둘러대었다.
그리고는 그와는 끝났고
몇년후, 언니를 통해 들은
그의 형 결혼식에서 그와 재회했다.
그는 이미 아들 둘을 가진 가장이 돼있었고
머리가 벗겨지고 있었다.
그와는 옅은 미소와 간단한 악수를 나누는 걸로
마감했다.
지금은 그의 생사조차 모르지만
그래도 내 생의 오랜기간,
어쩌면 가장 예민하고 찬란했던 시간을
지배했던 연애라면 연애,
사랑이라면 사랑이었어서
가끔은 아련하게 떠오른다.
물론 일말의 그리움이나 감정도 남지 않았지만
그가 살던 곳에 나는 살고 있다...
첫사랑,
참으로 딱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