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감성마저 닮은 모자

by 김정연

나와 아내는 2017년부터 연애를 시작했다.

구여친 현아내의 모든 면이 다 좋았던 그 때는,

아주 사소한 말투, 걸음걸이까지도 다 좋았더랬다.


특히 나와 잘 맞던 부분은, 계절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봄에는 봄꽃을, 여름엔 더위를, 가을엔 낙엽을, 겨울엔 눈을..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풍경과 냄새, 모습들을 아까워하는 것이 참 좋았다.


가을이 되면 아내는 꼭 깨끗한 곳으로 걷지 않고,

도로 가장자리에 낙엽이 가득 쌓인 곳으로 걸었다.

사박사박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서 그랬단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런 감성을 가지고 있는게

너무 귀여워보였다.(명확히 콩깍지)


그렇게 4년의 연애에 마침표를 찍고 2021년 결혼을 했고,

내 유전자가 들어간게 맞나? 싶을정도로

아내를 똑 닮은 아들도 낳았다.

(나를 닮은 곳은 정확히 엄지손가락 하나)


얼마 전, 아들과 둘이 가을을 즐기기 위해 캠핑을 갔다.

아무도 없는, 광활한 캠핑장에서 아들과 가을을 흠뻑 즐겼다.

근데 이상하게 꼭 아들이 걷는 곳에는 낙엽이 있었다.

낙엽을 밟고 넘어질까 싶어 "그 쪽으로 걷지마~"라고 했다.

그런데도 계속 낙엽을 밟고 걸었다.


그 때, 8년 전의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좋아서 일부러 낙엽 쪽으로 걷던 그 모습이.

아들에게 "칠석아(가명), 너 왜 낙엽쪽으로 걸어?" 라고 물어보니,

"음, 낙엽 밟는게 소리가 좋아"라고 하는게 아닌가!


역시나 콩심은데 콩나고, 아내 심은데 아들나는 것이었다.

모든게 닮은, 심지어 가을을 즐기는 방법도 닮은 아내와 아들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가을이 좋아졌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 느낌을 받으며,

애틋한 가을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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