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냥 바쁘다. 늘 하던 일을 하는 건데 바쁘다. 그래서일까 잡생각을 없애려고 책도 읽고 하늘도 보고 음악도 듣고 뭔가 나 자신을 들볶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일기를 쓰면 한참을 울다가 다시 쓰고 그렇게 지낸 시간이 꽤 된 것 같다. 집에서는 시간이 나면 본가로 오라고 하시지만 귀신같은 우리 엄마의 눈길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면 괜히 짐만 될 것 같아 피하고 있다.
지난주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나는 그냥 말을 했는데 뭔가 뉘앙스가 무뚝뚝하다고 해야 하나 그저 응과 아니 로만 답을 한다고 한걱정을 하시더니 먹거리 이야기를 하셨다.
이맘때는 엄마가 해주시는 배추 전을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혼자 사는 사람이 배추 전을 먹으려면 이것도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냥 눈구경으로 대신하고 집에서는 야금야금 편의점 도시락으로 살고 있다.
엄마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너무 들볶지 말라고 하셨다. 그리고 당신의 어렸던 생활을 이야기하시며 인생은 돌고 돌아보면 다 지나간다는 명언을 남기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어제였다. 아침에 집 문을 나서는데 뭔가 묵직한 것이 놓여 있었다. 이런 택배다. 말씀 없이 택배를 보내신 적이 없으시다. 항상 딸이 뭐가 먹고 싶은지 뭐가 부족한지 물어보시고 보내시는데 엄마는 이렇게 또 한 박스를 준비해서 보내주셨다.
열어 보니 고구마가 한가득이다. 하긴 나는 고구마 킬러이다. 어릴 때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고구마 전을 비롯해서 고구마 음식을 정말 좋아했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엄마 오늘은 고구마튀김"이라고 하면 저녁을 다 먹고 엄마는 얇게 썰어서 기름에 튀겨 기름을 두 번 걸러 그 귀찮은 일을 해주셨다. 나는 야금야금 먹으며 책을 보다가 잠이 몰려오면 냉장고에 넣어놓고 내일 먹을 생각에 기분이 괜히 좋았다.
순간 눈물이 났다. 마흔인데 아직도 나는 철없는 딸에 잔소리가 필요한 딸, 그리고 이렇게 엄마찬스가 있어야 하는 딸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니 뜨거운 눈물이 났다.
그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막상 전화를 하니 목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 말을 하기 힘들었다. 엄마는 예상을 하셨는지, "갔구나" 하시며 밝은 목소리를 내셨고 나는 "엄마 뭐 이렇게.." 엄마는 "딸 바쁘지? 그럼 그냥 생으로도 먹어"라고 나를 위로하셨다. 나는 "엄마 힘든데 이제 그만.."이라고 하는데 엄마는 "무슨, 이런 낙이 없어"라고 하시며 고구마에 대한 어릴 때 이야기를 하시며 내게 힘내라는 말을 하시고 전화를 마무리하셨다.
택배를 받으면 처음 20대에는 그냥 그저 그랬다. 엄마의 사랑이구나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택배들이 얼마나 힘이 들어가는지 얼마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지 조금은 알기에 괜히 죄송해진다. 그리고 아직도 철이 없는 딸 때문에 이 택배를 준비하셨을 엄마에게 죄송해지고 그렇다.
하지만 받으면 더없이 좋은 이 속마음은 이중적이다.
그래서 그런가 , 한동안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가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으면 우리 엄마처럼 양육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다.
대단하다, 자식을 위해서...
박스를 열어서 정리를 하고 나니 엄마의 손길은 여전히 다부지고 뵙고 싶어서 주말에는 본가에 가려고 한다.
가을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더운 늦여름에 고향은 시원한 바람이 분다고 하시니 우리 엄마는 스카프를 좋아하시니 하나를 장만해서 가려고 한다.
엄마는 늘 그러셨다.
자식을 위해 살았고 지금도 그렇고 깜짝 선물을 준비하시느라 땀을 흘렸을 엄마를 위해 스카프를 고를 려고 한다.
엄마의 택배는 사랑과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