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오래전부터 불편한 금쪽이 동료가 있다. 물론 본인은 금쪽이라고 생각을 안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금쪽이 동료는 사실 나와 파트가 달라서 한 달에 한두 번 마주하지만 그 한두 번도 나는 힘들다.
예를 들면 우리 부서에서 연관된 일이 겹쳐서 만나면 "이번에 이게 유행인데 샀어요, 어때요?"라고 묻는다. 그럼 나는 "네 좋네요"라고 하면 여기서 끝이 나야 하는데 그다음이 문제다."그런데 제가 궁금해서 묻는데, 왜 검은 옷만 입으세요?" 나는 너무 불편하다. 아니 내가 내 옷을 입는데 이유까지 설명을 하면서 회사를 다녀야 하는가라는 생각에 "그냥요"라고 하면 이어지는 답변은 "에이 그러지 마시고 이야기해 주세요"라고 말을 한다. 그럼 나는 딱 한마디로 정리한다. "저기 일이 많아서요"라고 하고 자리를 뜬다.
그리고 어쩌다 점심을 먹을 때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고서 자기 이야기를 한다. 옆에서 들으면 지친다. 그러다 또 이야기를 한다. "저번에 저희가 정리한 기획 보고서 보셨죠? 어때요. 좀 많이 발전하지 않았어요?"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 내게 묻는다. "몽접 팀장님은 어떠셨어요?"
나는 또 "네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다 먹지 못한 점심 식판을 들고서 자리를 뜬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같은 팀원도 자리를 뜬다.
솔직히 나는 남에게 관심이 없다. 내 할 일도 많고 바빠서 남이 뭘 입는지 뭘 들고 다니는지 관심도 없고 내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 하루 먹고살기도 바쁜데 굳이 연관부서에 와서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아깝고 그래서 그런가 금쪽이 동료가 오면 나는 더 바쁘게 일을 한다. 그럼 덜 이야기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판을 마구 두드린다.
어제였다. 금쪽이 동료 팀과 연관부서일을 같이 발표하는 일이 생겨서 잠시 마주해야 했다. 역시 금쪽이 동료는 관심이 많다. 우리 팀 막내에게 "에이 자기는 아직 연차가 얼아 안돼서 모르나 본데 이거 일 엄청 많은 건데 팀장님이 덜 주신 건가 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야기를 한 것 같아 "아니에요, 정확하게 받으신 거예요"라고 나는 교정을 했고 금쪽이 동료는 "몽접 팀장님 이제 많이 여유 있으신가 보다" 더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리저리 뛰고 있는데 갑자기 " 몽접 팀장님 혹시 옷 어디서 사셨어요?" 너무 뜬금이 없어서 "왜요?"
상대는 "아니 예뻐서, 저도 이번 달에는 트렌치코트 사야 하는데 몰라서요" 진짜 몰라서 모르는 건지 알면서 에둘러 말하는 건지 몰라서 나는 내식으로 "이 옷 산지 5년이 넘어서 모르겠네요"라고 말을 하고 일을 시작했다.
이제 끝이겠지 했는데 마무리는 "몽접 팀장님 그럼 아메리카노 저번에 드신 거 어디 거예요?"
나는 큰 한숨을 쉬며 "저희 집 근처에 있는 가게요"
라고 말하고 "저 일해야 하는데요"라고 마무리를 지을 때 즈음 "아 그러시구나. 그럼 제가 돈을 드릴 테니까 좀 사다주시면 안될까요?"
속으로 '선을 넘었네'라는 생각에 "저기요 여기 회사인데 그냥 일하죠"라고 말을 하고 가게 상호명을 알려주고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같은 팀으로 있는 동료에게 물으니 성격이 원래 그렇다고 한다.
나는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같은 팀 동료는 이제는 적응이 되어서 어지간하면 그냥 "응"으로 끝낸다고 한다.
팀 배정을 잘 받는 것도 복이다.
우리 팀은 한 명도 없다. 그냥 잘 이어받고 잘 전달하고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고 해서 어지간하면 큰소리 나지 않게 하자가 우리 일이라서 이런 동료는 없어서 다들 금쪽이 동료가 나간 후 "뭐야 시끄럽게" 라며 누군가 이야기하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가도 자기 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데 가끔 있는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을 대한다는 게 때로는 이렇게 힘들다.
월급에도 포함이 되어 있겠지. 인간관계를 잘하시오,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