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접 May 26. 2022

스타티스를 아시나요?

철학수업 인문강좌에서 인연이 된 내 인생 스승과  3달 만에 뵙게 되었다. 워낙 소탈하시고 선물에는 어색해하셔서 스승의 날 선물은 텀블러와 편지 그리고 생각지 못한 서프라이즈를 생각했다.



만나기 한 시간 전 모든 생각을 쥐어짰다. 그러다 도착 30분 전이라는 톡을 받고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아 그때 꽃을 팔고 있었다. 내가 아는 꽃은 장미 백합 뭐 기타 학교에서 봤던 꽃들, 눈이 즐겁고 마음이 따뜻해져서 내 발걸음은 그렇게 꽃을 파는 곳으로 갔다.



"어떤 꽃 찾으세요?" 내 앞사람은 푸른 장미를 구입하고 있었다. 난" 구경 가능할까요?"

직원분은 친절하게 "그럼요" 난 짧은 시간 고르기 위해, 온 집중을 하고 둘러보는데 내 눈을 사로잡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난 물었다.

"이 꽃 이름이 뭐예요?"

직원은 "스타티스요"

난 당황해서 "저기 제가 좀 적을게요, 다시 한번 말씀 부탁드릴게요"

주인은 "스타티스요", 난 메모를 하고 다시 물었다.

"혹시 꽃말의 이름은 뭐예요??"

주인은 당황해했다. 그때 아르바이트생분이 "잠시만요, 꽃말을 적어놨습니다" 하며 말씀해주셨다. "영원한 사랑이네요. 그리고 이 꽃 드라이도 괜찮고 보시는 안목이 좋으시네요, 이 꽃이 좀 비싸서 그렇지 예뻐요"


난 한 묶음 예쁘게 포장해주세요, 그렇게 난 구입을 했다. 드디어 만난 나의 스승은 막걸리를 드시며 회사의 스트레스를 마구 이야기하시는데 난 서프라이즈라며 꽃을 전했다.


난 정확히 2분 후에 빵 터졌다.

스승은 "나 결혼하고 처음 받은 꽃이야ㅋㅋ"

난 "에이 장난치지 마세요 ㅋㅋ"

스승은 "진짜야, 우리 부부는 꽃 선물 안 해 ㅋ"

스승은 "아마 우리 부인은.. 아니다ㅋ"



난 수줍게 드리며 힘내라고 하자 스승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도 꽃 좋아하는데 왜 주는 사람이 된 거지?"

난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웃으며 넘겼다.



꽃말을 물어보셨다. 난 메모지를 열어 보여 드렸고 스승은 책에 잘 말리마, 라며 늘 그렇듯 쿨하게 넘겼다.



얼마 전 스승은 내게 솟대를 선물로 줬다. 인사동 갈 일이 없는데 내게 솟대를 줘야겠다 싶어 일부러 가셨다며 힘을 주셨다. 그때가 내 번아웃의 최대치였다.



난 정말 고마웠다. 스승은 뭔가를 선물하는걸 불편해하는데 그때 내 표정이 정말 아니었나 보다.


그렇게 꽃을 전해드리고 스승과 난 각자의 삶을 파이팅 하며 헤어졌다.



어제 카톡으로 꽃이 예쁘다며 사진과 함께 연락이 왔다. 세계 최고 바쁜 스승은 내게 무조건 쉬어라 하며 힘을 주시며 텀블러 사용도 흐뭇하다며 뒷담을 하셨다.



꽃을 선물하는 일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하면 덩달아 나도 좋다. 내가 처음으로 이성에게 꽃을 선물한 건 지금은 헤어진 첫사랑에게 준 꽃이었다. 그때는 친구였다. 그래서 만나면 늘 해바라기를 줬었다. 친구는 남자에게 꽃을 주는 여자는 너 밖에 없을 거라며 퉁을 줬지만 싫지 않은지 집에다 모셔다 놓고서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픈 기억으로 남아 꽃을 사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최근 다시 꽃을 사게 되었다.   



어떤 가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는데 이 이야기만으로도 막걸리로 3시간을 달렸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물이라는 건 중요하다는 거, 그리고 받는 이도 주는 사람도 둘 다 행복해한다는 거다. 그래서일까? 올해 첫 꽃 선물이라 그런지 아직도 잔상에 남는다. 선물에 서로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지 못한 스승과 제자의 콜라보가 난 흐뭇하다.



모르는 꽃들은 많고 상대에게 농을 하며 즐기는 그 시간을 즐기며 앞으로도 난 꽃을 선물할 생각이다. 스타티스  고마웠어.

작가의 이전글 여름의 맛, 콩국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