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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접 Jun 27. 2022

알알이 익어가는 옥수수, 여름도 익어갑니다.

난 옥수수를 사랑하는 사람, 옥수수는 정말 맛있어서 밥 대신 먹으라고 하면 먹을 수 있다. 한때 다이어트를 한다고 또 옥수수만 먹었었다. 물론 효과는 없었다. 요즘 큰 중앙마트에서 파는 옥수수는 3개 2천 원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난 심히 짜증내고 있다. 무릇 서민의 물가는 오르면 짜증이 나는 법이다. 내 마음도 모르고 물가는 오르고 지난주 일요일 장을 갔다. 인파들 속에서 옥수수는 내 눈에 인사를 했다. '아 맞다, 여름이면 옥수수' 그렇게 내 지갑을 확인했다.


요즘 휴직이라 돈을 더 잘 쓰고 있다는 이 안타까운 현실을 뭐라고 설명하기 힘들다. 쉬면 먹고 싶은 욕망이 더 커지고 사고 싶은 억제력이 더 쉬이 풀리는 것인지 나도 모르게 지르는 형태가 되었다.

결국 시장 두 바퀴를 돌아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제일 싼 집으로 갔다.

"이거 얼마인가요?"

아주머니"이거 3개 2천 원"

그런데 옥수수가 작아 보였다. 난 요리조리 골랐다.

아주머니"아이고 아가씨가 아주 손이 맵네"

아주머니의 웃음이 어딘지 어색하다.

난 "아니 다 작아 보여서.."

아주머니"다 똑같아요"

웃으시면서 내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를 이것저것 권하셨다.

난 매의 눈으로 "그럼 이거 3개 주세요"

그렇게 장을 돌아 집으로 왔다.

"아껴 먹어야겠다"

씨를 분리해서 먹기보다는 그냥 먹어야지 하고 난 냉장고에 넣어놨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어서 옥수수를 보니 내가 어렸을 때 먹었던 옥수수가 생각이 났다.



내가 기억하는 옥수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아빠가 빈공터에 심은 옥수수가 웃자라서 수확을 해서 먹은 옥수수인데 말이 공터이지 하천 개울가에 경사는 70도는 될 거다. 주인 없는 땅이라고 아빠는 앗싸를 외치시고는 거기에 옥수수를 심으셨다. 그래서 수확할 때는 거의 클라이밍을 하는 수준으로 온 가족이 매달려서 옥수수를 수확해서 집에 올 때는 옥수수 따위는 생각나지 않을 만큼 그냥 던져두다시피 했는데 엄마는 그걸 모른 척하시고 집에서 찌셨다.

밥을 적게 먹고 남은 배에 옥수수를 먹겠다고 들마루에 앉아 있으면 엄마는 "자 먹자" 하면서 다 같이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었는데 엄마는 설탕이나 기타 조미료를 쓰지 않으시는 분이라 그냥 맹숭맹숭한 옥수수가 얼마나 달던지 역시 고된 노동의 끝에 먹은 옥수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를 먹으면 엄마는 아끼신다고 남은 건 내일 먹자 하시며 보자기에 남은걸 냉장고에 넣어 두셨다.


또 하나의 기억은 할머니가 쪄주신 가마니 옥수수다. 할머니는 옥수수는 일이 많다시며 옥수수수염을 따로 분리하셨는데 할머니 지론에 의하면 그 수염은 따로 물로 먹어도 정말 좋아서 그 해 물은 정말 옥수수수염차였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은 옥수수 따로 수염 따로 일을 분리해서 먹어야 했는데 ,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다. 그래도 그것 하나 먹자고 열심히 노동의 기쁨을 맛보았으니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그동안의 가정의 못다 한 이야기를 하니 그것만큼 단결된 이야기도 없었다.


얼추 정리가 되면 할머니는 가마솥에 옥수수를 넣고 찌셨는데 밥을 먹고 배가 어느 정도 부르다 싶으면 귀신같이 가져오셔서 "이건 오늘 노동의 선물이다, 맛있다 먹어봐라."

하시며 당신이 먼저 하나를 드셨는데 정말 맛이 좋았다. 사촌들과 나눠 먹으며 알맹이를 모아서 먹는 사촌은 인생은 한방이라며 쓸어 먹었고 어떤 사촌은 마침 이갈이를 하는 나이였는데 앞니가 부러지는 촌극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추억이다. 음식은 추억으로 먹는다는 말이 이제는 이해가 되는 걸 보면 나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옥수수가 점점 작아지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그래서 난 화가 난다.

추억의 음식들이 자꾸 내 동심을 파괴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돈이 오르고 내리고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서민의 음식이 오른다는 게 그리 기쁘지 않는다는 건 나만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옥수수, 그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 하나를 먹기 위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노력이 내린 결과물은 대단했으니 쉬이 볼 물건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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